「온순한세대」로 바뀌는 영 젊은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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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영국의 젊은이들은 더이상 「성난 세대」.(앵그리 제너레이션)가 아니다. 현실에 대한 반항,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와 기존 관습의 거부는 오늘날의 젊은 세대에게서는 매력을 잃었다.
오늘의 젊은이들은「온순한 세대」(Docite Generation)가 되었다. 깊숙한 사회혁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영국 젊은이들은 사회에 대한 새로운「한계의식」을 느끼고 있다. 인색한 정부와 도움을 줄 수 없는 무기력한 가정에 더욱 의존하게된 젊은이들은 희망도 보수도 기대할 수 없다는 좌절감에 빠져 있다.
24세이하 젊은이들의 30%가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젊은이들을 이웃과 자신의 가정에서 쉽게 발견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공공투자를 통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캐인즈」의 이론에 동의하면서도 『얼마나 기다려야 되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미래는 불확실하며 이들 젊은이들은 낙담하고 있다.
정치적인 면에서도 오늘날의 젊은이에게서는 급진주의가 사라졌다. 지난 선거에서 새로 투표권을 얻은 젊은이의 42%가 보수당을 지지했고 28%만이 다른 정당을 선택했다.
뉴 뮤직 영웅들의 정치적 태도는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윌처 클럽의「보이·조지」는 자신은 보수주의자라고 말하고 있다. 뮤런 듀런은 군비축소가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높은 실업과 낮은 임금속에서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분야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브레이크 댄스, 에어로빅, 신체단련에 우선 관심을 돌렸다.
직업을 갖지 못한 젊은이들은 펑크음악에서 자신들의 돌파구를 찾았다.
77년 뉴 뮤직으로 등장한 펑크혁명은 음악에 조금만 재능을 가진 젊은이면 누구나 음악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런 펑크음악도 비디오 같은 첨단기술 장벽 앞에서 무너졌다. 노래하고 레코드는 만들 수 있어도 새롭게 유행되기 시작한 영상음악에 도전하긴 곤란했다. 비디오 기술장벽은 아마추어리즘적 펑크의 반발을 일축했다.
펑크는 추진력을 상실하고 있다. 펑크의 기괴한 복장, 못처럼 쭈뼛하게 솟은 스파이크 머리 스타일등도 이제는 케케묵은 것이 돼 버렸다.
또 파괴적인 펑크음악도 신선함과 유연함으로 바뀌고 있다.
듀련 듀런, 컬처 클럽, 뉴팍, 다우밸런의 음악은「온화함의 호소」로 표현되고 있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오늘날 젊은이들은 반항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은「반항의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1년 광부들의 파업성과에 대해 젊은이들은 의심하고있다.
경찰의 파업을 막는 기술과 장비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젊은이들이 지금 시위하면 고도로 발달된 장비때문에 그때보다 훨씬 빨리 진압되고 만다. 게다가 실업 상태에 있는 젊은이들의 분노는 조직화되지 못하고 있다.
직업을 못가진 것에 대해 한탄은 하고있지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무력하다.
오늘날의 영국 젊은이들은「온순함」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있는 것이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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