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부자 무조건 미워하는 건 곤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강신호(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2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소회를 밝혔다. 올해 재계를 짓눌렀던 '반기업 정서'에 대해 강 회장은 "오너(기업 소유경영자)가 개인이익을 위해 기업 본연의 자세에서 이탈한다면 지탄을 받아야 하지만, 사촌이 땅을 사면 배아프다는 심정으로 기업과 부자를 미워한다면 곤란하지 않느냐"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강 회장은 안기부 불법 도청으로 불거진 이른바 'X파일 사건' 이후 4개월 가까이 미국에 체류 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최근 귀국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던 일도 밝혔다. 강 회장은 "이 회장이 미국 체류 중 막내 딸을 잃는 불행도 겪었지만 작은 회사가 아닌 삼성의 경영자로서 우리 경제에 대해 걱정하고 지도해주실 일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귀국을 요청하는 편지를 드렸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 회장이 답신을 통해 '걱정해줘서 고맙지만 귀국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고 한국경제가 잘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혀 왔다"고 전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황우석 교수 사태와 관련해서는 "나도 생명공학 관련 기업(동아제약)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볼 때 황 교수의 일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자라면 사실에 근거해 이야기하는 것이 마땅한데도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난치병 환자 등록을 받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홍콩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에서 우리나라 농민들이 과격시위를 벌인 데 대해서도 강 회장은 "농민들이 신사적으로 했으면 참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하고 "국제화.개방화 시대를 맞아 어려움을 겪는 농촌을 위해 전경련은 나름대로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현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