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잘 뛰었다 2005 … 더 세져라 200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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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등 국내 기관투자자의 힘은 몰라보게 세졌다. '외국인이 재채기를 하면 (우리 증시는) 독감에 걸린다'는 속설도 옛말이 됐다. 밑바탕에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예금.적금에서 간접투자로 눈을 돌린 투자자들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경기회복이 본격화하고 간접투자의 큰 흐름이 이어질 2006년에도 증시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2005년보다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장기 간접투자가 어떻게 자리 잡느냐가 내년의 과제란 것이다.

◆새 역사 쓴 한국 증시=연초 증시의 첫 화두는 재평가였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간판 기업들의 실적은 물론 기업 경영의 투명성 등도 몰라보게 좋아졌지만 주가는 여전히 너무 낮았다. 정치.사회적인 이유로 주가를 낮게 매기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문제였다. '한국 증시의 재평가'가 올 증시 상승의 물꼬를 튼 것도 이 때문이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은 2001년 이후 6~8배를 오갔지만 올해 재평가가 진행되면서 9.3배 수준까지 올랐다"며 "그러나 아직 선진국은 물론 대만.말레이시아 등 개발도상국보다 낮은 수준이라 당분간 한국 증시의 재평가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평가는 올해 한국 증시가 유가 급등 등 여러 악재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전세계 주요국 중 최상위 성장률을 기록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 해 동안 코스피 지수는 28일까지 53.9% 올라 세계 4위, 코스닥 지수는 84.5% 올라 세계 1위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적립식 순풍에 간접투자 돛 활짝=외국인과 개인이 떠난 공백을 메우며 올해 사상 최고치를 이끈 것은 기관이었다. 기관들은 지난해 말(8조5520억원)에 비해 17조원 가까이 늘어난 '실탄'을 이용해 주식을 왕성하게 사들였다. 기관의 실탄은 27일 현재 25조6660억원에 달하는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었다. 배경에는 '적립식 펀드'로 상징되는 간접투자 붐이 있었다. 저금리가 이어지고 부동산 신화가 한풀 꺾이면서 개인들의 펀드 투자가 줄을 이었다. 펀드에 들어온 돈은 지수를 끌어올리며 연 58.5%(주식형 펀드 평균)의 고수익을 냈고 이는 다시 펀드로 돈이 쏠리게 하는 선순환을 가져왔다.

11월 말까지 적립식 펀드 판매 잔액은 12조5756억원으로 통계를 처음 낸 3월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계좌 수도 526만여 개로 매달 50만 개 이상씩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랜드마크자산운용 최홍 대표는 "펀드로 돈이 몰리면서 기관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들쭉날쭉하던 지수의 변동성도 많이 줄어드는 등 한국 증시가 한 단계 성숙했다"고 말했다.

◆희망과 숙제 모두 남겨=증시 전문가들은 새해에도 증시가 순항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올해보다 상승률이 처지겠지만 재평가와 기관화 장세가 이어지면서 1500~1600선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NHN.휴맥스 등 몇몇 기술 벤처기업을 빼면 실적의 뒷받침 없이 기대만으로 주가가 부풀려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특히 큰 시선을 끌었던 바이오 관련 종목들은 연말 '황우석 쇼크'와 함께 급락하는 등 곡절을 겪었고 일부 기업의 분식회계 등 부정행위도 여전했다.

올해 주목받은 펀드 붐이 2006년에도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대표는 "주식형 펀드의 2006년 수익률은 올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 고수익의 환상을 버리고 장기 투자를 뿌리내리게 하는 게 내년 증시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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