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승리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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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안병근 선수가 LA올림픽 유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것은 우선 그레코로만형 레슬링의 김원기 선수에 이어 우리나라에 안겨준 두번째 금메달이란 점에서 우리 전체 선수단의 사기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안선수의 금메달은 유도부문의 첫 금메달이란 사실이다.
우리 유도의 실력은 이미 안선수에 앞서 출전한 두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함으로써 어느 정도 입증된바 있지만 안선수로 해서 세계 최고 수준임이 확인되었다.
더 중요한 것은 안선수가 일본선수를 누르고 우승한 점이다.
그의 승리는 앞서 두번이나 일본선수에 참패했기 때문에 울적했던 선수단과 전체 국민들에게 통쾌한 희열감을 안겨주었다.
그같은 감정적인 평가가 아니더라도 그의 우승은 일본이 군림해 온 세계 유도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든 장거로서 높이 평가되어야겠다.
지금까지 유도는 일본이 주도해봤고 그 다음은 유럽세였다.
안선수는 일본선수뿐 아니라 모스크바 올림픽의 금메달 리스트인 이탈리아의「감바」를 물리치고 세계정상에 섬으로써 한국유도의 진가를 세계에 과시했던 것이다.
그는 보력으로 한국유도를 세계정상에 끌어 올렸으며 한국인의 능력을 세계에 과시했다.
그러나 여기서 더 강조되어야할 것은 안선수 개인의 「인간승리」다.
역경을 극복하고 쟁취한 영광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이지만 안선수의 인간승리의 역정은 특히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태어난지 열달민에 어머니를 여의고 누님을 어머니 삼아 자란 안선수가 우승순간 가정을 돌보느라 자신을 희생한 누님을 생각했다고 술회한 것은 특히 인상적이다.
6남2여의 형제자매들이 어려운 살림속에서 서로 의지하고 화목하게 살아오면서 결코 성격이 이지러지거나 비열해지지 않았다는 점도 고맙다.
월수 20만원의 간장집 아들이 라면과 보리밥으로 허기를 누르며 굽힘없이 유도에 정진해서 마침내 세계최고의 선수가 되었다는 점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특히 그가 작년에 병고(간염)로 선수촌을 쫓겨나듯 물러나온 뒤에도 결코 좌절감에 빠지지 않고 지병과 연습일념으로 그 위기를 극복했던 것은 다만 놀라울 뿐이다.
그것은 뛰어난 의지와 집념을 가진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초인적인 극기의 모범이 분명하지만 특히 『누님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애쓴 그의 동기애가 눈물겹기만하다.
그것은 역경을 극복하는 힘이 자기애이기보다는 타인애이며 사람을 사랑하는 정신이야말로 무한한 힘의 원천임을 입증하고 있다.
대개의 사탕들이 소성에 그치고 마는것은 극기력이 부족한 때문이다.
그는 선수로서 대성하기 위해 불굴의 인내로 10년동안 그침없이 기량을 연마했을 뿐 아니라 선수들의 금기인 담배와 술을 끊고 여자친구마저 사귀지 않은 자기수련을 훌륭히 치러냈다.
그런 극기력이 바로 올림픽 우승의 저력이 된 것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시련을 극복하고 승리를 쟁취한 안선수의 위업은 비단 모든 스포츠맨의 귀감이 될 뿐 아니라 어러운 환경에 좌절하고 자포자기하고 마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용기를 고취하고 바른 삶의 지표를 제시하는 귀한 교훈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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