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가 한자리서 "뿌리"를 배운다|개성왕씨 1만5천명 원당서 캠프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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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실향민들이 후손들에게 자신의 뿌리를 되새겨 주는 「뿌리찾기 캠프」 가 4대가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펼쳐졌다. 개성왕씨 종친회는 개성시민회의 후원으로 4일 서울지부를 선두로 전국 왕씨 자손을집결, 대규모 왕씨 친족 캠프를 3박4일간 경기도고양군원당읍에서 열었다. 7O대노인과 대학생·초·중·고생등 1만5천여명이 선조의 얼과 긍지를 되새기기 위해 한마음이 된 이날 캠프는 왕씨 성의 시조인 고려 태조왕건의 능이 자리한 숭의전 참배로 시작됐다.
왕수헌씨 (왕씨종친회총무) 는 『캠프를 통해 실향민들의 아픔과 뿌리에 대한 긍지를 후손들에게 심어주고 널리 알려주는 것이 기본 취지』 라고 밝히고 4대가 어울려 대자연속에서 조상의 얼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었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3년째를 맞는 왕씨친족캠프는 선조묘소순례·고려사강의·개성 망향곡 배우기·4대오락게임등으로 진행됐다.
『조상님터를 닦은 고향땅인데/대대로 오순도순 알뜰히 살다/떠나온 고향집에 가지못하는 송도의 자손들은 서글퍼진다/…낙심은 하지 말자 희망을 갖자』
개성 망향곡 3절이 소리 높이 울려퍼지자 고향을 떠나온 부모와 선조들의 설움을 뒤늦게나마 깨달은 후손들이 힘차게 후렴구를 부르며 70대노인과 4살난 아동이 함께 둥글게 원을 그려나갔다.
「덕으로 인화를 베푸는 길」이란 개성왕씨의 슬로건답게 항렬별로 따져 70세된 노인이 국민학교 1학년생에게 인사하는 진풍경도 벌어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친족캠프의 하이라이트는 왕씨댁으로 시집온 여성들에게 왕씨성의 뿌리와 분단조국의 현실을 심어주는것.
고려 태조·문종·현종·원종의 능이 있는 숭의전이나 공양왕능을 방문, 「왕씨 댁으로 들어오니 가호해달라」는 뜻에서 신랑신부가 사당에 4배를 치른뒤 박해를 받으며 지금까지 지켜온 성씨에 대한 뿌리의식을 심어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조상의 능을 참배한 후손들에게 자장 인상깊은 프로그램은 조상을 향한 제례의식.
실제와 똑깥이 묘소 앞에 제사상을 차리고 왕씨 할아버지 종친이 대학생·초·중·고생들에게 직접 제사상 차리기, 절하는방법, 제례의 의의를 실습과함께 강의하고 젊은 후손들이 이를 따라 하는 순서로 이끌어지는것.
고려사 강의를 맡고 있는 박성규씨 (78·개성시민회장) 는 『개인의 똑똑함보다 단체의 단결과 화합에 중점을 두고 비록 친족단위이지만 남녀노소·계급·부귀의 차별없이 함께 참여하는게 주된 의의』 라며 대학생·국교생·어머니 할아버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회와 감상문을 쓰다보면 겨레의식이 저절로 우러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박씨는 『요즈음 청소년캠프가 지나치게 즐겁게 노는데에만 치중, 청소년들의 의지와 기개가 약한 것이 큰 결점』이라고 우려하고 『친족단위가 아니도라도 고조·증조·조부모·부모와 요즘 젊은 세대가 함께 어울러 대화를 나누다 보면 충효사상은 저절로 우러나올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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