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당권주자 6인 첫 TV토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나라당 대표경선에 나선 후보 6명 전원이 29일 밤 'MBC 100분토론'에 출연했다. 강재섭(姜在涉.55).김덕룡(金德龍.62).김형오(金炯旿.56).서청원(徐淸源.60).이재오(李在五.58).최병렬(崔秉烈.65)의원이다. 토론은 후보별 정견발표, 후보 간 상호토론, 마무리 발언의 순으로 진행됐다.

후보들은 첫 방송 토론회에서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거나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정당사상 최대 규모인 23만 당원들에 의해 대표가 선출되는 만큼 TV를 통한 선거운동은 이들에게 결정적이다.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다음달 26일이다.

답변자를 지정해 묻는 상호토론 순서는 격렬했고 긴장이 팽팽했다. 徐의원에게 가장 많은 질문이 몰렸다. 徐의원이 '대표 불출마선언'을 번복한 데다 최근 '총선승리 뒤 국정참여론'이 논쟁을 촉발했기 때문이다. 그는 후보 중 조직과 자금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덕룡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의 말바꾸기가 어지러운데 야당 대표(서청원)가 말바꾸기를 했다면 책임을 추궁해야 하지 않겠나"고 했고, 최병렬 의원은 "서청원 후보가 경선에 나오지 않겠다고 했다가 나온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徐후보는 "대표로서 승리를 이끌지 못한 데 대해 여러 차례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는 말로 예봉을 피해갔다.

또 다른 후보들이 "徐후보가 '내년 총선에 이기면 총리와 내각구성권을 盧대통령으로부터 받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공동정권에 참여했던)자민련처럼 될 수 있다"고 공격했다.

徐후보는 "사이비 들러리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국정 참여론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지 3개월 만에 대한민국이란 배가 침몰하게 됐기에 제1당이 참여해 나라를 건지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수냐, 수구냐 하는 정체성 공방도 치열했다. 강재섭 의원 등이 최병렬 의원에게 "색깔시비를 부르는 논쟁을 삼가고 실용주의로 가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崔의원은 "수구는 나쁘지만 건강한 보수로 가야 한다. 투명하고 혁신하는 보수가 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현안인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와 관련, 崔의원은 "힘으로 몰아붙이는 전교조를 전원 직장에서 나가게 해야 한다"고 하자 姜의원은 "나도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했다.

이재오 후보는 "강재섭 후보가 전두환 정권 때부터 청와대 비서관을 하고 정치검찰로 오명을 남겼다"고 과거경력을 비판했다. 姜후보는 "한나라당은 개발세력인 민정계와 민주화세력인 민주계가 모여 만든 당"이라며 "국회의원은 6공(노태우 정부)에 들어와 처음 시작했으며 배신행위.철새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받아쳤다.

개인 정견발표=모두발언격인 정견발표에선 후보들은 盧대통령의 국정혼선과 불안을 일제히 질타했다.

서청원 의원은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지 3개월이 됐지만 나라가 큰일났고 대한민국이란 배가 침몰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했다. 그는 "盧대통령이 스스로 대통령직을 못 한다고 얘기할 정도로 국민이 불안해한다"며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당으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덕룡 의원은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두번이나 졌는데 반성을 안 한다고 나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金의원은 "한나라당이 변해야 하고 그래서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경제정책 개발에 주력해 '경제 하면 한나라당'할 정도로 당의 브랜드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강재섭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경쟁할 사람은 盧대통령보다 젊은 저여야 한다"며 "싱싱한 한나라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신용불량자가 3백만명을 넘는 시대에 盧대통령은 신당놀음이나 하고 있다"며 "강력한 정책정당, 희망을 주는 수권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최병렬 의원은 "盧대통령이 잘해주길 바랐는데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을 에워싼 참모들이 좌충우돌하며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저는 장관 등을 거치며 많은 국정 경험을 했다"며 "盧정권을 확실하게 견제하고 당을 깜짝 놀랄 정도로 바꿔 놓겠다"고 주장했다.

김형오 의원은 "서민들 입에서 여기 대한민국 맞느냐는 소리가 나오는데 또다시 낡은 깃발, 패배의 얼굴로 간다면 한나라당이 변했다고 하겠느냐"며 "맑고 깨끗한 리더십으로 한나라당을 변화시키자"고 말했다.

이재오 의원은 "국민이 변화를 요구하는데 그 핵심은 인물"이라며 "정말 한나라당이 변했구나, 희망이 있구나, 기대해도 좋다는 소리를 하고 변화를 실감할 사람은 이재오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전영기.고정애 기자

<사진 설명 전문>
한나라당 서청원.김덕룡.김형오.강재섭.최병렬.이재오 의원(왼쪽부터)이 29일 밤 열린 'MBC 100분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