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간의 사랑과 "불모의 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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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마리아스 러버』는 사랑에 있어 본능적인 욕망과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태가 된 한 인간의 고뇌를 다룬 멜로 드라머다.
2차 대전에 출전했던 병사 「이반」(「존·사베지」분)은 일본군의 포로생활을 하면서 고향 브라운스 빌에 두고 온 소녀 「마리아」(「나스타샤·킨스키」분)를 매일밤 꿈속에 그리며 지내다가 전쟁이 끝나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반」은 성숙한 「마리아」와의 사랑이 결실을 보아 결혼하지만 첫날밤 성관계를 이룰 수 없게 된다. 전쟁생활에서의 환상이 현실에 부닥쳤을 때 오히려 좌절된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이반」은 다른 여인들과의 육체적 관계는 이룰 수 있다. 그 결과로 「마리아」를 사랑하는 「이반」은 집을 떠난다.
공군장교인 「알렉」도 「마리아」를 좋아하지만 그녀는 떠돌이 플레이보이 「클라렌스」(「어키스·캬라딘」분)에게 「처녀」를 바친다. 그리고 임신한 「마리아」를 다시 만나게 된 「이반」은 「마리아」와 어린애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드디어 부부관계를 회복한다.
청회색의 화면이 주조를 이루어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작품은 정신분석학적인 심각성이나 전쟁의 상처에 의해 희생되는 한 인간의 내면적 고통을 줄기차게 추구하면서 「마리아」를 둘러싼 남자들이나 그녀의 본능을 강조한 상업성도 강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주제로 취급하려는 문제자체가 「채털리」부인 이래의 흔히 다뤄지는 부모의 성과 사랑의 문제인데 이를테면 플레이보이의 등장이라든가 「마리아」의 상식적인 몸부림이라든가 그런 면을 강조시킨다.
「나스타샤·킨스키」는 도발적이고 대담한 장면을 연기한다. 소련태생으로 서구로 건너와 1979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시베리아드』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경력의 「안드레이·콘찰로프스키」는 기차의 빈번한 왕래라든가 초원에서의 의자의 제시(특히 이것은 아주 상징적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마을의 분위기 묘사 등에 색다른 면을 보인다. <서울예전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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