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에서 실수하기 쉬운, 그러나 꼭 주의해야 할 것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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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대학을 결정해 원서 접수를 하는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별 고사다. 특히 여러 대학에서 채택하고 있는 논술고사는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지막 남은 논술고사에서 실수하기 쉬운 것들을 짚어 보자.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글을 쓰는 것 : 이것은 논술에서 가장 치명적인 실수다. 예를 들어 '제시문 간의 관계를 파악하고, 공통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라는 문제가 나왔다고 가정했을 때, 문제를 성급히 읽고 바로 제시문 읽기로 들어간 학생들은 대부분 떠오르는 생각을 서술하는 데만 급급하게 된다. 이 경우는 빈칸을 충실하게 채우거나 돋보이는 글솜씨를 보인 것과 상관 없이 관계파악 부분을 빠뜨린 만큼의 대량 감점을 면할 수 없다. 다시 강조하지만 '문제를 꼼꼼히 읽고 요구사항을 빠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유의사항'은 정말로 유의해야 할 사항 : ① '제목을 붙이시오' - 제목을 쓰지 않아 억울한(?) 감점을 당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특별히 '유의사항'이란 표시까지 해 주었는데도 무시하면 그 대가는 감점으로 돌아온다. ② '○○○자 이내로 쓰시오. ±○○자' - 글자 수를 제한한다는 의미다. 정해진 분량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은 논술 평가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많이 적는다고 점수를 더 받으리라는 기대는 버리자. 요구사항을 무시하는 서술은 감점사항이 될 뿐이다.

▶논술 답안의 겉모습도 중요하다 : 논술문은 자신의 생각만 다 채워 넣으면 어떤 방식으로 쓰든 상관없다는 생각에 시험지를 자신의 노트처럼 여기는 학생들이 간혹 있다. 글씨체는 논외로 하더라도, 나름대로 중요한 부분에 별표를 하고 밑줄을 그어놓는 등 각양각색이다. 심지어는 한 단락을 통째로 지워버리고, 화살표를 연결해 원고지 여백에 빼곡히 글을 쓰는 학생도 있다. 청자와 독자를 생각하지 못하는 글쓰기에서 이런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먼저 논술의 개요부터 잘 짜자. 그 개요를 보면서 자신의 오류(모순, 비약)를 미리 수정해 놓아야만 원고지에 깨끗하게 적을 수 있다. 보기에 말끔한 논술문이 평가자들에게 더 호감을 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예를 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리자 : 사례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것은 확실히 효과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예시가 시의적절할 때에 한정된다. 쓸데없는 예나 주장과 연관성이 적은 예를 들면 오히려 감점대상이다.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사례가 아니라면 차라리 안 쓰는 게 낫다.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학원 교사들이 한 얘기나 논술교재에서 든 사례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옮겨 적지 말라는 뜻이다.

▶연결어 하나가 전체 글을 망칠 수 있다 : '하여튼'이란 말은 앞에서 자신이 한 주장이나 논리를 전부 무시하고 지금 하는 얘기만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강하다. 즉 결론은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인상을 주는 단어다. 많은 학생이 결론 부분에서 이런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이제부터라도 '따라서', ' 그러므로', '다시 말해' 등의 연결어로 바꿔 사용하자. 연결어 하나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체 글의 긴밀성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시간이 허락되는 한도 내에서 연결어의 본래 용도를 제대로 익혀 놓고 잘 사용하자.

▶주제의 '방관자'가 되기보다는 '참여자'가 되자 : 논술문을 살피다 보면 '요즘 청소년'이라는 표현을 자주 보게 된다. 글을 쓰고 있는 자신도 요즘 청소년이다. 유치원생이 자신들에게 '요즘 유치원생들 '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가정해 보자. 여러분의 글을 읽는 입장에서 평가자가 어떤 생각을 할 지 이해가 될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형태를 떠나 그 문제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이라는 사소한 단어 하나를 씀으로써 글쓴이 자신이 '참여자'에서 '방관자'로 전락하게 된다. 평가자들은 '방관자'를 싫어한다.

▶이해하지 못한 단어를 쓰지 마라 : 학생들의 글을 첨삭 지도하는 과정에서 가장 답답한 것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단어들을 함부로 사용하는 경우다. 이런 글은 대부분 막연하거나 스스로 모순을 안은 글쓰기로 이어진다. 이것은 '국어'에 대한 자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국어사전을 옆에 끼고 글 쓰는 연습을 하자. 단어 하나 하나를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에서부터 탄탄한 글쓰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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