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신성적이 안 좋은 학생들의 유명 대학 공략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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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에 가려면, 더 정확히는 만족할 만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본인 외에 가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예전처럼 수능과 내신 고득점 만으로 대학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정보전(情報戰) 시대다. '인적 재원'이라는 개념이 확연히 넓어지고 평가분야가 더욱 세분화되어 컨설팅을 통해 전략을 수립해야 결과를 낙관할 수 있다. 그런데 부모, 특히 아버지들은 당신 세대의 입시 마인드를 가지고 현 입시에 무리하게 적용시키려 하기 때문에 자꾸 불협화음이 일어나기도 한다.

얼마 전 여의도에 사는 학생과 아버지.어머니가 함께 컨설팅을 받은 적이 있다. 비교적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인데도, 최근 입시경향에 혀를 내둘렀다. 의대교수인 아버지조차 "첫째 아이라서 너무 몰랐다. 둘째 아이는 좀 더 일찍 와서 체계적 관리를 받아야겠다" 며 후회했다. 이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가정의 고민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험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대학과 학과는 대개 비슷하다. 각각의 학생들이 처한 상황이나 준비과정이 달라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희망대학과 희망학과의 준비과정이 천차만별이어서 각 대학별로 필요로 하는 것을 철저히 준비해야만 합격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수시2-2차에서 한양대 인문과학대학 역사학과에 합격한 S고 P양의 경우를 보자. P양의 학교 내신성적은 국어/영어/수학/사탐 기준으로 평어 3.89, 석차백분율 30.80% 로 좋은 편은 아니었다. P양은 고1때부터 무려 4년간 컨설팅을 받아온 재수생이었다. 정시에 진학한 경기도 의왕시 소재 대학을 그만 두고, 내신성적 반영률이 적은 몇몇 대학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전공적성검사'를 공부한 끝에 한양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수시는 재학생만 응시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P양의 사례를 통해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올해 수시2차에 경희대 전자정보학부에 합격한 경기도 소재 B고 K군. K군의 학생부 성적은 영어/수학/과학 평어 4.1로 우수했지만 '교과우수자전형'이나 '교사추천전형'보다는 '경기지역학생전형'을 목표로 삼고 '인적성검사' 공부에 몰두해 수능 최저등급 없이 합격했다. 처음 컨설팅할 때만 해도 희망대학과 희망학과가 현실적으로 들어가기 어려워 설득하느라 오랜 시간을 할애할 정도였다. 그러나 K군의 수능 모의고사를 분석, 지원 가능한 대학과 도전해 볼 만한 몇몇 대학 정보를 차근차근 알려주고 본인에게 유리한 전형으로 응시하도록 하면서 대학별 고사를 철저히 준비시킨 것이 성공요인이었다.

하나의 예를 더 들어 보자. 경기대학교 기계공학부 2005학년도 수시2 모집에 합격한 Y고 P군. P군은 무엇 하나 잘 한다고 내세울 것이 없어 막막한 상태였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수시 전략 기본에 충실하기'에 주력했다. 학생부 반영이 매우 적은 한양대.아주대.인하대와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교과과목 중 '수'가 하나만 있어도 지원 가능한 경기대를 목표로 설정하고, 심층면접과 전공적성.자기소개서 등을 중점적으로 준비하도록 조언했다. 수시1 모집에도 적극 도전하게 해 적응력과 자신감을 키워주었다. 수시2 모집에서는 아주대에서 1단계 '전공적성검사'를 통과했지만 동영상 강의와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처음엔 자신의 처지에서 기대조차 못하던 가능성을 확인한 P군은 적극적으로 경기대 입시준비에 매달렸다. 경기대는 자기소개서와 면접시험이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전공하고자 하는 학과와 관련된 흥미로운 내용을 작성하게 하고 발표연습을 하도록 조언했다. 전 학년 내신성적의 평어가 2.9였지만 전략적으로 교과반영이 최소인 대학을 집중 공략한데다 대학에 진학하려는 강한 의지와 노력이 P군에게 합격의 영광을 안겼다. 두드리는 자에게 문은 열리는 법이다.

이처럼 수시2와 같은 모집시기에도 각 대학은 여러 전형을 통해 응시할 기회를 준다. 여러 전형 중에서 학생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전형을 선별해 응시한다면 학교 내신성적이 다소 불안하더라도 충분히 희망학과에 합격할 수 있다. 낮은 학교 성적을 갖고 있으면서도 본인에게 유리한 전형으로 최종판단을 잘하고 그에 필요한 대학별고사를 철저히 준비한다면 합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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