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재개 북·일 수교협상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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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일 국교 정상화 협상이 또 한번 전기를 맞았다. 양측은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정부 간 회담에서 대사급 수교 협상을 내년 1월 중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12차 협상 결렬 이후 3년2개월 만이다.

이번 합의는 양측이 국교 정상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지혜를 짜내 절충안을 찾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합의문 골자는 협상 분야를 ▶과거 청산과 국교 정상화▶핵.미사일 등 안보 문제▶납치 문제 등 3개로 나누되, 협상은 동시에 벌여나간다는 것이다. 분과 대표의 직위는 국교=대사급, 안보=국장급, 납치=부국장급으로 달리하기로 했다. 북한은 올 초 물러난 정태화(74) 담당대사의 후임을 곧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납치문제 해결 없이는 수교할 수 없다"는 원칙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북한은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과와 생존자.가족의 귀국으로 "할 일은 다 했다"며 추가 협상을 기피했다. 일본 정부는 협상의 판이 깨져 납치 문제 해결이 영원히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그래서 수교 협상과의 병행을 제의해 북한을 테이블로 다시 불러냈다.

북한 역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가 막히면 일본에 접근하는 태도를 보였다. 수교 이후 지원받게 될 경제협력 자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실리다. 하지만 수교까지는 난관이 많다. 세 가지 의제를 동시에 협상해 나가기로 했지만 각 의제를 보는 양측의 시각은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은 과거 청산 문제를 집중 제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일본은 여전히 납치 문제에 매달릴 게 틀림없다. 일본 측 협상대표인 사이키 아키타카(薺木昭隆) 외무성 아시아국 심의관이 "어느 한쪽(납치)이 답보상태인 채 다른 한쪽(수교)만 앞서 가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은 데서 읽을 수 있다.

6자회담과 맞물려 있는 핵 문제는 전망이 유동적이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는 양자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본 측은 전문가 분석을 근거로 "핵을 최단기간에 폐기하려면 6~9개월이 걸린다"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까지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지금 협상을 시작하면 국교 정상화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계산이다. 물론 최선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얘기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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