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아줌마] '사랑의 온도탑'을 최고로 화려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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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매년 이웃돕기 성금을 온도계로 표시하는 '사랑의 온도탑'은 서울 어디에 있을까? 정답은 프라자호텔과 서울시청 사이 광장의 오른쪽이다. 매년 광장 한 편에 우뚝 서 많은 사람에게 이웃 사랑의 마음을 전파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이 사랑의 온도탑이 잘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시청앞 광장에 크리스마스 트리와 스케이트 장은 물론, 요란한 빛 장식인 '루미나리에'까지 들어섰기 때문이다. 낮에는 루미나리에 장식물에, 밤이면 화려한 루미나리에 불빛에 밀려 온도탑의 존재는 묻히고 있었다. 흐릿한 조명 정도로는 역부족이다. 온도탑이 제대로 보였다면 "나도 조금 보태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라도 했을 텐데, 눈에 잘 띄지도 않으니 그런 생각조차 안 하게 된다.

주관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올해의 모금 상황은 상당히 안 좋은 편이라고 말한다. 특히 개인 기부는 매우 저조하단다. 최근 황우석 교수 사태 등으로 세간의 주목을 못 끌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여기에 담당자는 덧붙였다. "사실 루미나리에 행사도 영향이 크죠. 화려한 불빛 때문에 밤엔 온도탑이 잘 보이지도 않거든요."

이웃돕기의 대명사인 구세군 냄비는 어떤가. 24일 마감 결과 목표액을 1억원 초과 달성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국민은행이 3억원을 기부하고 전국적으로 모금 냄비의 수도 20여 개가 늘어난 것을 보면 개인 모금액이 크게 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근 백화점 조명이 화려해질수록 자선 냄비의 위상은 초라해지고 있다.

불우 이웃 돕기 모금을 더 열심히 하자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요즘 같은 '디자인 시대'에 사랑의 온도탑이나 자선 냄비나 행인들의 시선을 끌기엔 뭔가 많이 부족하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겠지만 기업의 후원을 받아서라도 루미나리에 못지 않은 '화려한 옷'을 입혀보면 어떨까. 연말연시 명소, 명물이 되는 것은 물론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불우 이웃을 돕는 행사라면 좀 화려해도 비난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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