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들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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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시아의 단자전쟁」-.
근착 뉴스 위크지는 「세계기업」난에 이런 기사를 싣고 있다.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이른바 아시아의 「4마리용」 들이 벌이고 있는 싸움이다.
첫째 「기업14신」(shift)경쟁. 이들 나라는 저마다 「저가, 대량의 가전품」시대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대단하다.
반도체, 영자통신, 컴퓨터 분야의 진출에 몰두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젠 「값싼 양질의 노동력」을 강점으로 삼던 시대는 지나갔다.
로봇 탄생은 선진 공업국들로부터 고 임금의 짐을 덜어주고 있다.
여기에 「닉스」(Nics=신생공업국군) 하위국들이 「가뇌」분야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이 그런 나라들이다.
이곳은 아직 임금이 싸다.
둘째 「일본을 따라잡자」는 경쟁. 그동안 대만은 상당한 수준까지 일본을 뒤쫓아갔다.
이 나라의 강점은 두가지. 하나는 풍부한 기술 인력이다.
우수한 이공계 출신이 해마다 2만5천5백명씩이나 쏟아져 나오고 있다(한국은 4만7천명).
이들 인력은 기업체들이 끌고 당기는 스카우트 방식 아닌 국가풀제로 배치되고 있다.
여기에 「상대적 저임금」의 강점이 또 하나 있다.
대만 기술자의 평균 연봉은 9천8백달러. 한국의 1만2천9백달러, 싱가포르의 1만7천달러, 홍콩의 1만달러보다는 훨씬 낮다.
일본에 도전하는 개방정책도 만만치 않다.
가령 싱가포르는 첨단 산업분야의 외국기업에는 「파이어니어스테이터스」를 준다.
개척분야에 대한 10년간의 면세와 과실송금의 보장이 그것이다.
대만은 첨단기계와 원자재엔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따라서 IBM, 컨트롤 데이터, 하니웰, ATT 같은 미국의 유수 기업들이 진출하고 있다.
다만 홍콩은 「아시아의 단자전쟁」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997년」을 앞둔 정치불안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와 대만, 싱가포르 사이의 싸움이 볼만하게 되었다.
승패는 사람싸움, 정책싸움에 달렸다.
사람싸움은 우리국민과 기업이 할 일이다.
7O년대 이후의 혁혁한 전공들은 사람 싸움에 저마다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우리 민족의 강인성과 활력까지 보태면 그럴만도 하다.
정책싸움은 정부가 할 일이다. 역시 그동안 경제개발의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 문제는 이들 싸움의 기운을 빼는 외부상황이 없어야 한다.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보람을 느끼는 사회야말로 가장 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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