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한명에 취재기자 3.3명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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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저게 바로 크리티컬 매스라는 겁니다.」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한사람의 정치인을 좇아서 TV카메라를 어깨에멘 10여명의 기자들이 우루루 몰려 들어가는 모습을 쳐다보던 샌프란시스코의 한 지방 TV평론가가 한마디했다.
「크리티컬 매스」란 핵물질이 폭발하는 모든 조건을 갖춘상태를 뜻하는 용어다.
조그마한 불티만 닿아도 핵물질이 폭발하듯 뉴스 대상에 비해 엄청난 수의 기자들이 몰려 있을때 평소 같으면 하찮은 사건도 엄청나게 확대되어 뉴스거리로 폭발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지금 샌프란시스코에는 1만4천명의 기자들이 몰려와 3천9백만명의 민주당 대의원들을 취재하고 있다. 대의원 한사람에 대해기자 3·3명꼴이다. 그러나 실제로 기자들이 뉴스대상으로 삼고있는 1백여명 남짓한 중견급 이상의 정치인들과 대비할때 정치인 한사람당 1백40명의 기자가 좇고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TV쪽에서는 「먼데일」이 대회 시작 전에 「페라로」여사 지명을 발표한것을 아주 괘씸하게 여기고 있다. 별 뉴스거리가 없을것으로 보이는 민주당 지명대회의 유일한 흥밋거리가 미리 빠졌기 때문이다.
ABC-TV가 조사한바에 따르면 민주당 전당대회를 시청하고 싶다는 시청자가 58%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방송은 매일 저녁 2백만달러를 손해 보면서『재미없는』이 대회를 중계하고있다고 불평하고 있고 뉴스 담당자는 그들대로 2시간씩 배정된 대회중계시간을 메우느라고 온갖 재주를 부리고 있다.
민주당쪽은 그들대로 모처럼 모여든 TV를 최대한 이용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대회는 매일 하오1시30분에 시작되지만 본격적인 연설은 대개 6시 이후에 시작된다. 동부지역에 위치한 3대 TV가 대회특집방영을 시작하는 시간이 바로 그 시간이기 때문에 이에 맞춘것이다.
그래서 연사들은 6시부터 7시 사이에 연설시간이 배정되게 하기위해 막 후교섭을 한다. 16일에 연설한「카터」전대통령은 원래5시30분에 연설하도록 되어있었다. 이 시간은 3대TV가 실황중계를 시작하기 30분전이어서 그의 연설이 그대로 방영될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런 결례를 시정한 사람은「카터」의 측근으로 이번에 말썽을 빚으며「먼데일」선거운동 총의장이된「버트·랜스」였다. 그의 조정으로「카터」는 6시30분에 연설을 시작, 전국에 중계방영될수 있었다.
민주당 지명대회가 열리고있는 모스코니센터앞 광장에는 매일 5백여명의 이른바 소수파 그룹들이 별의별 구호를 외치며 언론의 시선을 끌고있다.
민주당 정치행사에 빠짐없이 따라다니는 이들 그룹은 반전·반핵·반독재·평화등 요란한 구호들을 외치며 회의장 밖에서 회의장 안의『4각장이』(기존질서에 충실한 부르좌란뜻)들로부터 매스컴을 뺏어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68년 시카고대회때는 이들과 경찰간에 격투가 벌어져 민주당대회가 풍지박산이나고 그결과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배했었다.
이둘중에는『미국을 북미에서 몰아내라』『「마크·트웨인」(19세기 미국 소설가)을 대통령으로!』등 웃기는 구호를 외치는 집단도 있기는 하지만 총체적으로 볼때 정치적 자유가 허용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정치적 변두리 그룹이다.
이들이 공화당쪽은 쳐다보지도않고 민주당 행사때만 나타나는것은 그래도 민주당이 전위적 이슈를 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TV쪽에서 보면 다행한 일이다. 정규정치와 비정규정치가 동시에 행해지는 회의장의 안과 밖을 왔다 갔다 하면서 뉴스를 창출해낼수 있는 여유를 갖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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