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읽기] 19세기 낭만주의 철학자 일기로 당대 유럽을 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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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위로의 손길이며, 의사이기도 하다. 매일 매일 하는 이 독백은 축도(祝禱)의 한 형식이며, 잃어버린 전체를 되찾아주는 행위다. 혼란에서 밝음으로, 우연에서 영원으로…. 이것이 날마다 행하는 독백의 의미다."

프랑스계 스위스의 철학자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1821~81). 그는 18세 이후 환갑 나이까지 거의 매일 사적 기록을 남겼다. 분량은 1만7천여 쪽.

이 원고를 주제별로 간추린 정본이 사후 2년 뒤인 1883년에 출간됐고, 유럽 지식사회에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톨스토이가"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나 파스칼처럼 일기문학의 정수"라는 찬사를 보낸 것도 그 때다. 영문학자 피천득 선생도 즐겨 읽는다.

국내 첫 완역본인 이 책은 아미엘의 '영혼의 파동'이 잘 드러나다. 당시 낭만파 작가들 특유의 병적인 불안심리와 함께 무한에 대한 동경, 절대의 갈구가 핵심이다. 19세기 중.후반 사회풍속 관찰도 '일기에 담긴 유럽 문화사'로 읽힌다. 아미엘처럼 일기를 남기는 이로는 칼 힐티가 있다. 힐티가 감상(感傷)으로 시종한다면, 아미엘은 폭 넓은 철학적 성찰 쪽이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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