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평씨 관련인물 엇갈리는 진술로 의혹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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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형 건평(健平)씨 문제가 확대 재생산되는 데는 등장인물들의 엇갈리는 말들이 한몫 했다. 그래서 사안 자체보다 거짓말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盧대통령과 측근.이해관계자들의 말이 서로 다른 경우도 적지않다. 盧대통령의 해명대로라면 결과적으로 이들은 거짓말을 한 셈이다.

10여년간 盧대통령의 후원회장을 했던 이기명(李基明)씨는 생수회사 '장수천'의 리스대출 변제 과정에 대해 지난 22일 "경기도 용인의 2만4천여평 땅을 판 돈으로 해결했다"며 "지난 2월에 원매자가 생겨 하늘이 돕는구나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盧대통령은 28일 "잘 아는 지인에게 李씨의 용인 땅을 28억원에 팔기로 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변제했다"며 "그 시기가 2002년 8월에 시작해 10월, 그리고 나머지 3억원이 2003년 2월에 변제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백방으로 제가 땅 살 사람을 물색하던 중 저에게 호의를 가지고 도와주던 사람과 매매가 이뤄졌다"고 해 매매과정에 자신이 관여했다는 새로운 사실도 공개했다.

이 땅의 소유주인 李씨가 매매시점을 착각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李씨가 왜 매매시기를 지난해 8월이 아닌 올 2월이라고 주장했는지 의문이다. 또 盧대통령과 李씨는 "땅을 산 사람이 누군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대선 잔여금 의혹을 제기해온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의원은 "매매과정에 뭔가 흑막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박연차(朴淵次)태광실업 회장도 처음 의혹이 불거졌을 때 盧대통령의 해명과는 맞지 않는 발언을 했다.

朴회장은 지난 22일 건평씨의 거제 구조라리 별장과 땅 매입에 대해 "처음엔 노건평씨 땅인 줄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盧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형님이 땅을 좀 팔아달라고 부탁해 (朴회장이)호의로 사줬다"고 말했다. 건평씨가 처음부터 朴회장을 지목해 땅을 사달라고 했다는 얘기다.

김해시 진영읍 신영리 임야의 등기부상 소유자로 돼 있는 백승택(45)씨의 발언도 이상하다.

한나라당이 이 땅을 건평씨가 샀으며 실소유주는 盧대통령이라고 주장하자 白씨는 자신의 소유라며 "계약금 2백80만원을 현금으로 먼저 지불한 뒤 한달 정도 있다가 소 20여마리를 판 현금으로 잔금을 치렀다"고 했다.

盧대통령은 이날 "형님이 그냥 개발 정보를 듣고 돈 되는가 싶어 샀다가 나중에 아니어서 깡통되고 만 것"이라며 건평씨가 소유자임을 시인했다.

白씨는 盧대통령 기자회견 후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 땅을 아예 모르기 때문"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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