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배당과 이자는 어떻게 다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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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가까이 있어 장사가 잘될 만한 곳을 물색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가게를 세내고 물건을 들여놓을 돈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갑돌이는 자기 돈 50만원에 친구인 영희와 철수에게서 각각 25만원씩을 투자받아 모두 100만원으로 문방구를 열었습니다. 갑돌이가 이자를 주겠다고 했지만 영희와 철수는 친구 사이니 그럴 수 없다며 이익이 나면 나누어 달라고 했습니다. 갑돌이가 만든 회사에 철수와 영희는 각각 25%의 밑천을 댄 사람, 즉 주주가 된 것입니다.

1년이 지나 셈을 해보니 가게세와 전기요금 등 모든 비용을 빼고 30만원이 남았습니다. 세 친구는 머리를 맞대고 각자 낸 돈의 비율대로 이익금을 나눠 갖기로 했습니다. 밑천(자본)의 절반을 낸 갑돌이가 15만원, 철수와 영희가 7만5000원씩 나눠 갖게 됐죠.

이때 철수와 영희가 투자한 돈에 대한 대가로 받은 게 바로 배당입니다. 배당은 기업들이 1년에 한번씩 장사한 결과 남은 이익으로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돈을 말합니다.

만약 갑돌이가 장사를 잘못해 남은 돈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익이 없으니 나눠줄 돈도 없게 됩니다. 배당은 장사를 잘했느냐 못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죠.

이런 점에서 배당은 이자와 다릅니다. 똑같이 돈을 냈어도 만약 철수와 영희가 갑돌이에게 이자를 받기로 하고 돈을 빌려줬다면 철수와 영희는 갑돌이네 문방구의 주주가 아니라 채권자가 됩니다. 이럴 경우 갑돌이는 장사가 잘 됐건 안 됐건 빌린 돈에 대한 이자를 꼬박꼬박 줘야 합니다. 1년에 5%의 이자를 주기로 했다면 해마다 철수와 영희에게 1만2500원씩을 줘야 하겠죠.

여기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문방구가 1년에 30만원을 벌었다면 이자 2만5000원을 뺀 27만5000원이 갑돌이 몫이 됩니다. 반대로 돈을 못 벌었거나 오히려 손해가 났다면 갑돌이는 이자까지 물어야 하니 사정이 더욱 어려워지겠죠.

앞서 든 예에선 갑돌이 문방구가 이익금 30만원을 모두 배당으로 줬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하긴 매우 어렵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배당 이외에도 돈 들어갈 곳이 많기 때문이죠. 갑돌이네 문방구는 장사가 잘되니 물건도 더 들여놔야 하고 가게도 넓혀야 합니다. 세 친구는 이익금 가운데 10만원을 여기에 투자하기로 합니다. 또 예상치 못한 사고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불이 나거나 도둑이 들 수도 있으니깐요. 세 친구는 만약을 대비한 비상금으로 또 10만원을 떼어놓기로 합니다.

이러면 결국 나눠 가질 수 있는 이익금은 10만원이 됩니다. 갑돌이가 5만원, 철수와 영희는 2만5000원씩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렇듯 기업이 이익금 중에서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배당금의 비율을 배당성향이라고 합니다. 갑돌이네 문방구가 30만원 중에서 10만원을 나눠줬다면 배당성향이 33%가 되겠죠. 배당성향은 대개 기업의 이익률보다 높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의 배당성향은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너무 낮았습니다. 주식의 가격(주가)에 대한 배당금의 비율인 배당률도 당연히 낮았지요.

1990년대 중반까지 은행에 돈을 맡겨두면 한푼도 떼일 염려 없이 해마다 10% 이상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돈을 주식에 투자하면 연 1%의 배당도 못 받았습니다. 그만큼 주식투자의 매력은 낮을 수밖에 없었겠죠. 하지만 요즘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주주들이 자기들의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기 시작했고, 기업주들도 이런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있기 때문이죠. 여기엔 외환위기 뒤 많은 국내 기업의 주주가 된 외국인 투자자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최근 몇 년 간 금리가 많이 떨어진 것도 주식투자의 매력을 높였습니다.

지난해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회사들의 배당률은 평균 4.57%를 기록했습니다. 100만원어치 주식을 샀다면 1년에 배당으로 4만5700원을 받았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같은 돈을 은행에 예금했다면 3만8700원 밖에 못 받았습니다. 올해는 배당률이 2.49%로 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배당을 줄여서가 아니라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배당성향이 높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도 아닙니다. 만약 세 친구가 40만원을 배당하기로 했다고 합시다. 1년간 번 돈보다 10만원을 더 가져갔으니 문방구에 실제 투자된 돈은 애초 100만원에서 90만원으로 줄어듭니다. 이만큼 가게를 줄이거나, 파는 물건의 양이나 종류를 줄여야만 하겠죠? 문방구가 이러고도 잘 운영될 거라고 기대하긴 어려울 겁니다.

배당에는 현금으로 나눠주는 현금배당과 주식으로 나눠주는 주식배당이 있습니다. 또 1년에 한 번씩 주는 정기배당 외에 석 달(분기) 또는 반 년(반기)마다 주는 중간배당도 있지요.

가끔 대주주의 배당률을 소액주주의 배당률보다 낮게 하거나, 소액주주에게만 배당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를 차등배당이라고 합니다.

또 배당을 받으려면 그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 확인돼야 합니다. 주식의 주인은 수시로 바뀔 수 있으니 회사들은 주주총회를 하기 전 일정한 때를 기준으로 누가 주주인지를 확정하는 거죠. 기준이 되는 날짜를 배당기산일이라고 하는데, 12월에 한 해 살림을 마감하는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올해엔 오는 27일을 배당기산일로 잡고 있습니다. 즉 27일 전에 주식을 사면 올해 몫의 배당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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