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모금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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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날씨가 서워지면서 보리차보다 훨씬 시원한 맛을 주는 약수물을 길어다 먹기로 했다.
어느 토요일 상오, 일찌기 집안 일을 마치고 그날도 졸라대는 딸아이서 거절하며 맑은 눈동자서 한동안 마주보다가 승낙했더니 제몫으로 작은 베낭에 소풍 물통을 넣고, 먹다 남은 과자도 한봉지 닿고, 제법 손수건까지챙겨 넣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딸아이의 흥겨운 노래를 들으며 가는 탓인지 혼자갈때보다 훨씬 가깝다는 느낌으로 약수터에 도착했을 때, 할아버지 한 분이 주머니에서 접고 또 접어서 꼬깃꼬깃한 천원짜리한장을 꺼내 나무의자 위의 모금함속에 넣고 종이에 서명하시는 모습이 보였다.
여름이 되면 비가 많이 오고 빗물이 흘러들면 물이 더러워져서 못먹게 되니까 깨끗한 물을 보존하기위해 미리 손질하는데 돈이 필요해서 여러사람이 정성껏 조금씩 모으기로 했다고 딸아이에게 설명해 주었더니 알았다는 표정이다.
지친 몸으로 돌아온 딸아이가 돼지저금통을 마구 흔들며 동전 넣는 구멍으로 동전이 빠져 나오게 하려는 모습을 보고 얼른 동전을 하나 손에 쥐어주니까 얼굴이 환해지며 『다음에 꼭 나도 갈래. 그리고 이 돈 그 상자에다 넣을꺼야』한다.
내것만을 중시하는 요즈음-.
내것이 아닌 것도, 여러사람을 위한것도 모두 소중히 생각하고 아낄줄아는 모습을 어른들은 솔선해 보여줘야 되지 않을까 싶다.<서울강남구개포동주공아파트110통-2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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