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한림원 간부 5명 집단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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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한림원(이하 한림원)의 고위 간부 5명이 원장의 한림원 운영 방식에 반발, 집단 사퇴했다. 한림원은 한국 과학기술계 최고 석학들의 모임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친 600여 명의 회원이 있는 과학기술부 산하기구다.

한림원 엄정인 부원장은 21일 "정근모 한림원장의 파행적인 인사와 업무처리 방식이 회원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줬다"며 "현 원장 아래에서는 임원으로서의 역할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5명이 함께 사퇴한다"고 밝혔다. 엄 부회장은 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19일 회원들에게 e-메일로 보내고, 사퇴서를 정근모 원장에게 송부했다고 덧붙였다.

엄 부원장과 함께 사퇴 의사를 밝힌 간부는 고학균 농수산학부장, 김명수 이학부장, 김기환 의약학부장, 박상희 회원복지위원장 등이다. 5명의 학부장 가운데 3명이 동시에 사퇴함에 따라 한림원은 당분간 파행 운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엄 부원장은 "정 원장이 3월 사무총장제를 도입한 이래 회원 자격이 있는 사람만 임원에 선임될 수 있다는 정관을 무시하고 자격이 없는 측근을 사무총장으로 앉히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면서 "종신회원 심사 등에서도 전횡을 일삼은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림원 측은 "정관을 자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선진국 제도를 참고해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이사들이 합의했고, 이달 초 임시이사회에서 이를 의결했다"며 "또 임시이사회에서 새 사무총장으로 종신회원을 임명키로 하는 등 문제가 모두 제거된 상황에서 임원 5명의 갑작스러운 사퇴는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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