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 이윤재 피죤 회장 "난 젊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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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이 넘은 이윤재(71.사진) ㈜피죤 회장은 19일 "내년에 중국사업을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며 새 사업에 대한 열정을 내비쳤다. 매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내일이 달라지기를 바란다면 너무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느냐고도 반문했다.

이 회장은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 왔고 그런 변화의 자세가 젊음을 유지하는 영양분이 됐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수 있는 용기를 준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보면 나이는 어리지만 생각은 고루한 '애 늙은이'들이 많다"며 "나는 스스로 늘 젊은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섬유 유연제(정전기를 방지하고 옷감을 부드럽게하는 세탁보조제품)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한 비결에 대해서도 그는 "시장은 늘 변하고 소비자의 기호는 바뀐다. 생존을 위해 새 시장에 도전하고, 정상에 올랐더라도 늘 도전받는 것이 사업" 이라며 "소비자 변화에 맞춰 회사와 제품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것이외에 다른 경영 비결이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히트 상품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개척자 정신을 가지고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소비자와 종업원에게서 신뢰를 잃지 않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중국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자세히 설명했다. 내년에 중국 천진(天津)에 2만 평 규모의 생활용품 공장을 착공, 2007년에 완공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5년후에 중국 시장에서 5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 기간에 투자할 돈은 약 100억원. 대기업의 투자액에 비하면 크지 않지만 연 매출액이 1600억원 가량인 피죤으로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피죤은 공장 설립뿐 아니라 중국 현지 진출 대기업과의 공동 마케팅, 중국 소비자 취향에 맞는 용기 제작 등 현지화 전략을 적극 펼 방침이다. 이를 위해 마케팅전문가를 영입해 최근 중국사업 본부장으로 기용했다.

다국적 생활용품 업체가 중국에 뿌리는 내린 상황에서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중국진출 기업의 80%가 망하고, 10%는 재미를 못보고, 10%만 성공한다는 말이 있으나 그동안의 경험을 잘 살리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피죤은 1993년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초기에는 중국 측 파트너와 중국에 소규모 공장을 지었으나 합작선과의 불협화음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또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매출액이 한 해 수억 원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고전했다. 이 회장은 이런 아픈 경험도 성공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사업과 함께 내년 이 회장이 중점을 둘 사업은 액체 세제인 '액츠' 다. 내년에는 액츠 매출을 450억원으로 올려 국내 세제 시장 점유율을 현재의 5%에서 15%로 높이겠다고 그는 강조했다.6월 첫 선을 보인 액츠의 올해 매출예상액은 80억원선이다.

이 회장은 "선진국의 사례로 비춰볼때 액체 세제가 세탁 세제 시장을 이끌 것"며 "경쟁사가 우리 보다 우수한 액체 세제를 내놓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품질관리와 마케팅으로 그런 도전을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957년 고려대 상학과를 졸업하고 무역회사.화학회사에서 일을 하다 1978년 피죤을 창업했다. 지난 2000년에는 자랑스런 고대인상을 받기도 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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