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밀 연락하며 시위 준비"…평온 속 긴장 고조

미주중앙

입력

업데이트

28일 사우스LA의 메인과 83가에 있는 리커스토어 앞에서 업주 이상윤씨가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 23년 전 LA폭동을 겪은 이씨는 볼티모어 폭동으로 피해를 당한 한인들을 걱정했다. 신현식 기자

소요 움직임은 없었지만
과격 흑인 중심 호시탐탐

"갈등 일으킬 일 자제하자"
한인 상인들도 자세 낮춰

4·29 LA폭동 23주년을 하루 앞둔 28일. 폭동 발생지인 사우스LA의 플로렌스와 노먼디 길은 평온했다. 전날 볼티모어에서 폭동이 일어나 혹여나 불꽃이 튈까 잔뜩 긴장했지만 소요의 움직임은 없었다. 27일 밤 11시 64가와 브로드웨이 길에서 흑인 50여 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수 차례 경찰 총격 사건을 겪었던 사우스LA의 일부 과격 흑인들은 볼티모어 사태를 지켜보며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지난해 8월 친구 이젤 포드(당시 18세)를 잃은 마리오 카맨(20)은 "포드가 LA경찰국 경관들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지 벌써 8개월이 지났지만 경찰 당국은 여전히 공식적인 사과 한 마디 없었다. 늘 조사중이란 말만 반복할 뿐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볼티모어 사태를 계기로 우리도 언제든 할 말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서로 긴밀히 연락하며 시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는 당시 65가와 브로드웨이 인근에서 순찰 중이던 LA경찰국 경관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경관들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사우스 LA지역 한인 상인들도 조심하는 분위기다. 가주식품상협회 김중칠 회장은 "갈등을 일으키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며 "회원들에게 가게 물건을 훔치는 흑인이 있어도 모르는 척 하자고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30년간 사우스LA에서 비즈니스를 이어온 이상윤씨는 "사실 한동안 (4·29 폭동을) 잊고 있었는데, 볼티모어 폭동을 TV로 보면서 23년 전 그때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상처가 아문 것 같지만 여전히 깊이 각인돼 있는 것 같다"며 "인근 상점들이 불타는 것을 목격했고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지금 볼티모어에서 장사하는 한인들의 심정이 그럴 것이다. 제발 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현식·오세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