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국방부, 무기 획득관리 능력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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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필자는 E-X사업 추진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연 국방부가 막대한 국방예산이 투입되는 여러 대규모 무기체계 획득사업들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심히 의문이 들었다. 나아가 국방부의 '2020 국방개혁 프로그램'이 경제적이고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인지에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E-X 기종 결정을 내년으로 연기한 이유로 국방부는 '보잉사와 엘타사 모두 기체에 장착될 통신장비에 대한 기술자료를 늦게 제출하거나 아예 제출하지 않았고, 엘타사는 기종에 탑재될 일부 장비에 대한 미국 정부의 수출승인을 얻지 못했기 때문' 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공군과 국방부는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업이 지연됨으로써 공군의 군사력 증강계획이 차질을 빚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사업비는 최소한 물가상승분만큼 더 늘어날 것이다. 또 보잉사와 엘타사가 그동안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용한 인력과 비용도 고스란히 사업비에 추가될 것이다.

E-X사업은 처음부터 작전요구성능(ROC), 획득 방법과 사업 추진절차 등에서 불합리한 면이 있었기 때문에 사업 지연이 불가피했다고 본다. 우선 공군은 레이더와 각종 전자장비가 탑재될 항공기 크기를 대략 ROC에 제시했어야 했다. 실제로 E-737과 G-550은 항공기의 크기가 달라 가격과 융통성 면에서 차이가 크다. 즉 크기를 비슷하게 결정한 후에 경쟁시켰어야 했다. 따라서 크기를 고려하지 않고 최소비용으로 결정하는 단순평가 방법은 맞지 않다.

둘째로 E-X사업에 적용된 절충교역이다. E-X를 사주는 대가로 기술 등을 받는 절충교역 규모는 전체 사업비의 51%다. 이것은 상당한 성과로 판단된다. E-X사업은 주로 첨단 전자.소프트웨어에 관련된 기술이다. 그러나 51%라는 목표에만 매달리다 실속보다 사업비용만을 더 올리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앞선다. 오히려 우리에게 꼭 필요한 기술분야에만 절충교역을 적용하고 그 외는 대폭 삭감해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이 더 실리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이번 지연의 원인이 된 통신장비의 기술자료 미제출과 미국의 수출 승인 미획득에 대한 문제다. 이것은 사업관리 능력의 미숙함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입찰기간 내 ROC에 부적합하거나, 수출승인을 획득하지 못했을 경우 엄격하게 기준을 정해 탈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이런저런 사항을 고려해 연기하면 경쟁에서 탈락한 업체는 반드시 이의를 제기하거나 불복할 것이 뻔하다.

이제 E-X사업은 내년 1월 창설되는 방위사업청에서 추진할 것이다. 모든 무기체계 획득사업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추진하고, 더 이상 지연 없이 내년 5월 한국 공군에 꼭 필요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선정될 수 있기 바란다.

황동준 안보경영연구원장·전 한국국방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