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교수의 원대학 복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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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0년 학원사태를 전후해서 대학을 떠났던 이른바 「해직교수」들이 빠르면 오는 2학기부터 원소속 대학에 복직할수 있게 되었다.
정부의 이같은 조처는 학원의 진정한 안정과 자율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과거 학원사태의 희생자로 남아 있는 해직교수들의 원대학 복직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건의에 따른 것이다.
해직교수 86명 가운데 상당수는 타대학 또는 연구기관에 취업했거나 해외로 나갔으나 아직 실직상태의 사람이 46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정부는 원소속 대학이 아닌 타대학 복직의 길을 터주기는 했으나 대학사회의 독특한 여건과 개인사정등으로 해직교수의 대부분은 아직 강단에 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의 입장에서건 당사자인 교수의 입장에서건 타대학 취업은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다.
이사·자제들의 전학 등은 극복할 수 있다 쳐도 선뜻 오라는 곳이 나서주는 것도 아니었다. 다른 대학의 풍토에 적응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많은 교수들이 설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은 개인적인 불행임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더우기 이들이 대학을 떠나야했던 정황으로 미루어 보면 해직교수의 원상회복은 이 사회의 안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까닭인 것이다.
해직교수들은 의식적이었건 무의식적이었건 시대의 격랑에 휩쓸려 표류하게된 사람들이다.
이미 정부는 학원사태로 제적된 학생들을 구제하는 과감한 조치를 취한바 있다. 학원자율화조치 이후 한 학기를 지켜본 결과 모든 문제가 일시에 깨끗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학원정상화란 당초 목표는 그런대로 이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교당국의 이번 조치는 이런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과연 해직교수들의 원소속대학 복직이 모두 실현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또 엄밀하게 따져 이들의 원대학 복직이 원상회복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해직교수들이 떠난 자리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메워졌고 4년 동안 대학가가 겪은 변화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뿐 아니라 대학과 정부당국이 모두 세심하게 마음을 써야할 것이다.
당국으로서는 해직교수의 복직이 개운치 않을 수도 있고, 당사자로서는 아직 억울한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맺힌 응어리는 될수록 빨리 푸는 것이 좋다.
비록 타의에 의해서긴 했지만 대학을 떠나 대학을, 학문을 조감할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신선한 경험일 수 있다. 해직교수의 대부분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강단에 다시 설 것에 대비, 학문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것은 모두에게 희망을 준다.
기왕 방침이 선 이상 이런저런 조건을 붙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해직교수들을 새학기부터 강의를 시킬지, 당분간 더 연구를 시킬지는 대학당국이 알아서 하도록 일임하면 된다.
이번 조치를 보고 캠퍼스에서 터진 환성이 학원정상화에도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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