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연극」정립 가능성 보여|13일로 막내린 지방연극제 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지난 1일 광주에서 개막, 13일 막을 내린 제2회 전국 지방연극제에서 인천극우회의 『휘파람새』가 대통령상을 차지했다.
전국 시·도대표 12개 극단이 12일간 열띤 경합을 법인 이번 연극제에는 참가작품 l2편중 8편이 지방연극제를 겨냥한 초연작이라는 점에서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주었다.
심사를 말은 유민영교수(단국대)는『제1회 연극제에 비해 연출의 기량이 크게 향상되었다』면서 올해에는 특히 지방의 토속적인 언어와 민속·설화 등을 살리는 향토색 짙은 창작극들이 많이 늘어 지방연극제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고 말한다. 광주 남도예술회관에서 공연된 지방연극제를 관람한 관객은 1만4천여명. 진도 다시라기공연 등의 부대행사로 연극제의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음은 물론 지방 연극인들의 대화 모임을 통해 지역간의 연극 정보를 서로 교환, 광주가 예향의 도시임을 다시 입증했다.
최우수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인천직할시대표 극단 극우회의『휘파람새』는 최고상·희곡상·연기상 등 3개 부문을 휩쓸어 인천극단의 저력을 과시했다.
물질지상주의에 물든 오늘날의 결혼문제를 조명해 보면서 현실을 거부하고 예식장을 뛰쳐나온 신랑·신부가 하룻동안 겪는 방황의 아픔을 환상적인 수법으로 차분하게 그려냈다.
또 극단 수원예술극장(경기)이 내놓은『망나니』(윤대성작)는 임진왜란 당시 양반의 자식이면서 양반을 처형하는데 앞장선 망나니를 통해 한 인간의 일생을 사실감 있게 조명해 우수상을 받았다.
이번 연극제는 특히 그 지방의 실정에 밝은 향토작가의 발굴에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극단 혼성(강원)의 이하륜작『정선아리랑』, 극단이어도(제주)의 강용준작『이어이어 이어도사나』, 극단 부산레퍼터리시스팀(부산)의 강태기작『박수 바람을 타다』등이 그 대표적인 작품. 그 지방의 특성을 연극공연에 그대로 담을 수 있는 실마리를 풀어준 셈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연극에의 열의와 연출 기량의 향상과는 달리 공연장이 연극 공연을 뒷받침해 주지 못한 것이 취약점으로 드러났다. <육상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