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국들 "중동 비핵화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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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란이 걸프지역을 공격할 수 있다." "이란 때문에 핵전쟁이 터질 수 있다." "이란 때문에 미국이 또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18일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에 모인 걸프협력기구(GCC) 정상들이 이란 때문에 전전긍긍했다. 이란이 핵개발과 반이스라엘 발언 등 미국에 대한 도발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니파인 대다수 아랍 국가와 달리 이란은 과격 시아파 정권이다. 이라크에 시아파 정권이 들어설 경우 이란의 지역 전반에 걸쳐 시아파의 영향력이 커진다. 와중에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해 역내 '수퍼 파워'가 된다면 시아파 국가들엔 악몽이다. 이 경우 다른 걸프국의 핵무장 노력도 가속화될 것이다.

그래서 내놓은 묘안이 '중동 지역 비핵지대화 선언'이다. 정상들은 18일 비핵화를 선언하고 이란의 합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압둘라만 알아티야 GCC 사무총장은 "중동지역을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가 없는 지역으로 선언하고 이란의 동참을 설득하는 정책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걸프국들은 비핵화 선언을 통해서라도 이란과 미국 혹은 이스라엘 간의 물리적 충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입장이다.

걸프국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역내 문제 해결에 나서는 배경의 하나는 최근 고유가로 인한 경제 붐이다. 오일쇼크 이후 20여 년 만에 맞은 제2의 도약기를 역내 갈등으로 망치지 않겠다는 의지다. GCC 국가들은 최근 미국과 개별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등 경제개혁과 개방에 매진해 왔다.

사나(예멘)=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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