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의 생명은 창의적 사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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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데카르트를 생각하며...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데카르트가 설파한 이 명제는 '인식을 위한 의문의 주체로서의 나', '인식의 주체로서의 나'의 존재를 나타내는 말이다. 수험생들은 무엇보다 논술이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의 삶, 나의 현실'과 관련된 '나의 경험'을 통해 얻은 '나의 생각'을 쓰는 것이 논술이다. 따라서 문제의 발견에서부터 문제의 해결까지 모두가 '나'의 몫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이 '문제의식'이다. 일상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대상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새로운 시각으로 대상을 해석하려는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관습적으로 굳어져 온 '사고의 관성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문제의식'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황우석 교수와 관련된 논란을 예로 들어보자.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생명윤리와 과학적 직업윤리라는 사명의식의 관계, 또는 취재윤리와 과학윤리라는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서만 논쟁을 벌일 것이 아니다. 하나의 과학적 발견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합의되는 과정에서 과학자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가치충돌의 문제를 해결하는 현명한 방법은 무엇인가? 연구 성과가 가져올 국가적 이득을 생각해 경제적 효율성의 논리에 너무 경도돼 있지는 않는가? 광고철회 압력에서 더 나아가 상품 불매운동까지 운운하거나 담당 PD의 가족사진까지 공개하는 모습에서 또다른 모습의 폭력이 보이진 않는가? 인터넷 여론 형성과정과 표현형식에서 포퓰리즘적 요소는 없는가? 등등. 낡은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려면 내 주변의 현실적 삶과 인간존재에 대한 문제에서부터 역사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새롭게 보고 해석하려는 가외의 노력이 필요하다. 논술은 이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되고, 그러한 문제의식의 충실성 여부가 좋은 논술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그러나 이 문제의식이 논술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그 사고의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핵심어와의 관련어를 찾는 연계적 사고다. 흔히 말하는 발산적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 각 대학에서 출제되고 있는 문제는 대부분 자료 제시형이다. 서로 다른 영역의 자료를 제시하고 이의 이해를 전제로 문제를 제시한다. 이는 어떤 문제가 단일한 성격으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문제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관계적인 시각으로 통찰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기업의 혁신은 창조적 파괴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논술 역시 이러한 기조와 다를 바 없다. 자기혁신으로부터 창의적 논술은 시작되고, 그 바탕은 역발상의 논리다. 사막에서 난로를 파는 중소기업 파세코는 중동도 고산(高山) 지역은 밤에 영하로 떨어지고, 중동 사람들은 영상 10도만 돼도 춥다고 느낀다는 사실에 착안해 중동시장을 석권했다. 러시아에서 에어컨을 파는 우리나라의 가전업체들 역시 추위에 익숙한 러시아인들은 낮 최고 기온이 25도를 넘는 여름을 견디기 힘들어 한다는 사실에 바탕을 둔 역발상 마케팅 기법으로 러시아 시장의 60%를 차지했다.

논술은 제시문의 내용과 논제의 요구에 따라 논의의 방향이 결정된다.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고 생각하는 문제의식과 이를 활용할 줄 아는 발산적 사고의 일상화, 그리고 역발상의 체득화를 통해 논술을 정복해야 하겠다. 지금부터라도 현상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까지 보고 생각할 줄 아는 '데카르트적 사고'를 통해 논술에 접근하길 바란다. (자료제공= 거인의어깨 논구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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