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세미나서 남정걸교수·심치선교장 논쟁|『고교생문화』가 "있다"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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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늘날 고교생 문화가 과연 존재하는가. 우리나라 청소년의 중심권을 이루는 고교생 문화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열띤 논쟁이 일고 있다.
최근 한국청소년연맹이 마련한 청소년세미나(학생문화의 진단과 처방)에서 남정걸교수 (단국대)는 현재 고교생문화가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고교생문화를 ▲학구적문화 ▲직업문화 ▲소외문화 ▲비행문화의 4가지 유형으로 분류, 주목을 끌었다.
남교수는 학구적 문화는 인문계 고교생, 직업문화는 실업계 고교생에 한정하고 여기서 소외문화와 비행문화가 파생된다고 봤다.
고교생은 어느 단계의 학생들보다 학업에 열중하는 집단으로 학구적 문화가 지배적이다. 학구적 문화라고는 하나 대부분의 고교생이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시험위주의 학습만을 강요받고 있다. 인간교육을 외면하는 수험준비문화가 학교 청소년들의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능한 직업인 완성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실업계 고교의 직업(준비)문화 또한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의사보다는 가정환경이나 실력부족등으로 실업고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불만이 많다. 실제로 60%이상의 실업계 고교생이 대학진학을 희망하고 있다.
결국 학벌위주의 사회풍조는 학교교육이 저소득층의 빈곤을 없애기보다는 이를 영속화시키는 악순환을 되풀이, 계층간의 갈등과 위화감을 심화하고 있어 실업고 교육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것.
대학진학위주의 학구적 문화와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직업문화에서 소외된 고교생들은 소외문화를 형성한다.
인문계 졸업생의 44%와 실업계출신 57%가 이에 해당하는데 성적이 하위권에 드는 집단이다.
이들에겐 학교나 사회의 관심이 거의 미치지 않기 때문에 자기의 존재를 과시하려고 교내 불량서클을 조직하거나 반항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비행문화권으로 빠질 우려가 많다.
특히 과밀 학급으로 학생에 대한 개별지도가 소홀해지자 고교생들은 비공식 집단과 동료문화를 형성, 청소년기 특유의 반항의식으로 학교에서 소외당한 그들의 지위와 권위를 보상받고자 한다는 것.
이에대해 심치선교장(이화여고)은 현실적으로 고교생문화는 존재할 수 없다면서 구태여 들자면 학구적 문화와 직업문화를 묶어 통제문화나 멸종문화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기성세대가 강요해 나오는 학구적 태도나 취업중심의 행위는 고교생 문화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 고교생이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스스로 제기하고 해결하려 몸부림치는 중에 형성된 문화가 아니라 기성세대가 필요로 하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 길들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심교장은 고교생문화가 형성되기 힘든 이유로 ▲북한과 대치된 정치적 상황 ▲유교의 질서지향적인 가치관과 순종의 강요 ▲산업화로 인한 황금만능주의와 경쟁의 시대정신화등을 들었다. <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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