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중앙일보선정올해의책] 인문·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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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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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지음, 돌베개, 516쪽, 1만8000원

'나의 동양고전 독법'이란 부제에서 '나'가 누구냐에 따라 독자의 선택은 달라진다. 이 책에서 '나'는 감옥생활을 20년 하고 나온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다. 본래 경제학도였지만 수감 중 동양 고전에 눈을 떴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을 마치고 육군사관학교 교관으로 있던 그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됐다. 이런 개인사 소개와 함께 그의 유려한 글쓰기는 독자를 사로잡는 독특한 향기로 전달된다.

논어.맹자.순자.노자 등 동양의 고전에 대한 그의 해설엔 그저 옛날 이야기만 들어있지 않다. 과거와 현재, 인류의 미래가 그의 사회성 짙은 독법에 녹아 있다. 그 어떤 대학강단의 동양철학자도 줄 수 없는 신영복만의 해석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펴내는 '출판저널'도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그런데 그가 화두로 제시한 '관계성'이라는 게 동양철학도라면 대개 다 하는 얘기 아닌가. 서양 개인주의의 배타성을 비판하며 동양 전통의 관계론적 사고를 강조하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그의 입을 통해 나오니 달라보인다. 삶의 무게가 얹혀 있다. 일류 저자라면 머리만 커선 안 된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언하는 책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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