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할아버지 1시간 뒤면 오시겠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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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지구촌의 수많은 어린이는 손꼽아 기다리는 게 있다. 산타클로스 선물이다. 아이들은 어둠이 내리면 엄마에게 "산타 할아버지가 언제 우리 집에 오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엄마들은 "네가 잠들면 온다"고 둘러대곤 한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가 공동으로 만든 북미우주방공사령부(NORAD)가 제공하는 '산타 이동경로 서비스'를 활용하면 전설 속의 산타가 언제 한국에 오는지 알 수 있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NORAD는 24일 0시(현지시간, 한국시간 24일 오후 4시)부터 홈페이지(noradsanta.org)를 통해 5분마다 산타가 어느 나라에 있는지 지도에 표시해 준다. 전화(1-719-474-2111)로 직접 물어볼 수도 있다. 인터넷은 6개 언어(영어.프랑스어.독일어.이탈리아어.일본어.스페인어)로 제공된다. 북극이나 만리장성과 같이 유명한 곳을 날아갈 땐 그 모습을 그린 삽화가 홈페이지에 나타나기도 한다. 썰매 종착지는 하와이다.

NORAD의 이 서비스는 1998년 시작됐다. 지난해는 전 세계에서 9억1200만여 건의 인터넷 접속과 5만5000여 건의 전화 문의가 있었다. 올해는 인터넷 접속이 10억 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560명의 전화통화 자원봉사자도 대기 중이다.

NORAD의 산타 서비스는 50년 전 엉뚱한 광고를 계기로 시작됐다. 55년 NORAD가 위치한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지역 신문에 한 백화점 광고가 실렸다. 세일 광고를 내면서 산타와 대화할 수 있는 전화번호도 게재했다. 그런데 인쇄가 잘못돼 NORAD의 전화번호가 실렸다. 자연 NORAD에 "산타를 바꿔 달라"는 전화가 쇄도했다. 사태를 눈치챈 래히 숍 대령은 산타 흉내를 내면서 어린이들이 받고 싶어하는 선물 리스트를 받아 적었다. 아이들 질문 중에는 '산타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지 알고 싶다'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산타 이동경로 서비스'는 여기서 힌트를 얻어 탄생했다.

올해 88세가 된 숍은 "어린이들이 산타를 믿는다는 것이 중요했다"며 "당시 사건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 중 하나"라고 말했다. NORAD는 24일이 되면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인공위성과 레이더 시설을 이용해 산타의 이동 행로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것은 산타의 존재를 믿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만족시켜 주기 위한 가상의 프로젝트다. NORAD는 어른들도 이 프로그램에 동참하면 잠시나마 동심의 세계에 젖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타클로스는 270년 소아시아 지방에서 태어나 평생 남 몰래 많은 선행을 베풀었던 세인트(성인) 니콜라스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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