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수표로 롤렉스 시계 등 1억4000만원 상당의 금품 구입한 일당 경찰에 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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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혜화경찰서는 금융기관에서 폐기 의뢰된 수표를 새 수표처럼 변조한 뒤 1억4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구입한 혐의(사기)로 조모(63)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초까지 폐기 의뢰된 1000만원권 등 자기앞수표 7000여장을 빼돌려 개당 15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 3개와 9000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9.38캐럿) 1개를 구입하는 등 1억4000만원 상당의 폐기 수표를 유통한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2년 경기 안산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폐기를 목적으로 파쇄업체에 넘긴 수표 70만장 중 라면박스 3박스 분량의 폐기수표 약 7000장을 빼돌렸다. 통상 금융기관에서 수표를 폐기할 때는 수표를 재사용할 수 없도록 수표 앞면에 횡선을 긋거나 도장을 찍고 기구를 이용해 구멍을 뚫는 ‘천공’ 절차를 걸쳐 폐기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조사 결과 이 새마을금고에서는 횡선만 긋고 천공처리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결과에 따르면 조씨 등은 휘발성 화학약품을 사용해 폐기수표에 그어진 횡선을 지워 사용했다고 한다. 이들이 사용한 폐기수표 중 100만원권 수표 2장은 현금인출기에 입금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씨 일당은 경찰조사에서 “중국동포 여성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며 구체적인 수표 입수경위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해당수표를 발행한 새마을금고 측은 “폐기 표시된 수표를 문서 파쇄 업체에 넘겼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조씨 일당으로부터 1000만원권 3장, 100만원권 25장, 10만원권 101장 등 수표와 다이아몬드 등을 압수했다. 또 공범 여부와 나머지 수표의 행방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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