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정도 지키는 스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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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없어졌다 되살아난 세번째 「스승의 날」을 맞는다. 이날 우리 교육자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그들의 존재를 다시 새기는 것은 매우 뜻 깊다.
시대변천에 따라 교육자상도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교육자에 대한 기대와 존경은 교육의 중요성으로 해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오늘처럼 가치관이 혼란되어 정신적인 지표를 찾기 어려운 시대에는 오히려 교육자들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 이상으로 높다.
그 때문인가. 오늘 우리는 우리의 교육자들이 어려운 교육여건과 사회환경 속에서도 교육의 존엄성과 사명을 인식하고 외롭게 분투하고있는 모습에서 오히려 큰 감명을 받곤 한다.
교육자도 틀림없이 이 시대를 사는 사회인이요, 직업인이며 생활인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교직의 특수성을 성직처럼 인식하고 거기에 정진하는 교육자들의 인간적 고뇌와 극복의 용기는 역시 값진 것이다.
우리사회·현실에서 교육자들은 박봉에 시달리고 교육 외적인 과로에 지치며, 교권 침해에 좌절하곤 한다. 그러나 교육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교권이며 교직의 존엄일 것이다. 누가 뭐래도 정론과 정도를 지키는 것이 스승이다.
생활의 어려움이라든가 과도한 업무는 실상 어떤 경우에나 참아 넘길 수 있는 일이겠다.
하지만 교직에서 보람을 얻지 못하고 교육적 양심에 비굴을 느껴야하는 경우에는 교육자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의 자리는 틀림없이 존중되어야하는 자리이다. 그 때문에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학생과 학부모와 사회의 존경을 받아야한다.
그러나 우리의 교권은 흔히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육부국이나 사학재단에 의해 침해되곤 한다.
위압에 의해서건, 거짓된 존경의 표시에서건 우리의 교권이 훼손되고 교사의 인격이 멍들고 있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교육자가 교직에서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교권에서 자부심을 갖지 못한다면 올바른 교육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올바른 교육이 없는 사회가 올바르게 유지·발전될 수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교육의 존엄을 회복하고 교권을 확립하는데 있다. 「교권확립」에는 교육자 자신들의 노력이 있어야하는 것도 물론이다. 교육의 중요성을 교육자 자신이 투철하게 인식하고 교육을 오염시키는 갖가지 비리에 교육자가 의연히 맞섬으로써 교직의 존엄과 권위를 스스로 축적하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그래야만 그간 소원해지고 있던 사제관계도 새로 회복되고 때묻지 않은 한국인의 정도 되살아나리라고 생각된다.
교육의 존귀함이라든가 교육자의 고마움이 단지 「스승의 날」이 있음으로써 확인될리는 없겠지만 이날에 갖는 새로운 마음의 다짐으로 해서 우리 교육자의 사명이 되새겨지고 교직의 권위가 제고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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