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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만-48만원=연금저축의 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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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회사원 김모(33)씨는 이달 초 연금저축 세액공제가 확대된다는 소식을 듣고 증권사를 찾아가 연금저축에 가입했다. 그동안 김씨는 여윳돈을 예금과 펀드에 넣어뒀지만 앞으로는 연금저축에도 꾸준히 넣을 계획이다. 김씨는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절세효과가 큰 상품에 가입하는 게 장기적으로 적절한 투자라고 생각했다”며 “연말정산 때 환급받을 수 있는 연금저축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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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금저축이 인기다. 금리 1%대의 저금리 시대에 노후 대비와 절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연금 가입자는 연금수령액과 수익률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납입금액이나 가입기간이 짧아 실제로 받는 연금액은 기대치보다 크게 낮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금융자산 2885조8000억원 가운데 보험과 연금은 909조6000억원으로 31.5%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2012년(28.5%)보다 3%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보험과 연금은 해마다 100조원 가량 늘고 있다. 특히 연금저축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연금저축은 지난해 100조원을 돌파했다. 22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59조6000억원에 불과했던 연금저축은 2012년 78조8000억원으로, 2014년에는 101조원(추정치)으로 늘어났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연금저축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연금저축 가입자는 월 89만원의 연금을 기대하지만 실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금액은 월 48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기대치와 실제 수령액에 차이가 나는 것은 가입자의 기대 수익률이 실제보다 1%포인트 가량 높은데다 연금 납입액이 적고, 가입기간이 평균 4.3년으로 짧으며, 수익률이 높은 투자상품보다는 원금보존형 상품에 많이 가입했기 때문이다. 장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납입액이 적어 가입자가 연령대별로 기대 연금액의 23~84%를 받는데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통합적으로 연금저축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세액공제 한도(700만원)에 얽매이지 말고 연간 납입한도를 충분히 활용할 것 ▶연말 정산 환급금을 연금저축으로 재투자할 것 ▶가입을 서두를 것 ▶중도해지하지 말 것 ▶장기적인 관점에서 펀드 등 투자 비중을 높일 것 등을 조언했다.

 정부는 최근 내놓은 연말정산 보완대책에서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가입자의 연금저축 세액공제율을 기존 13.2%에서 16.5%(지방세 포함)로 확대하기로 했다. 세액공제 한도도 지난해 4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커졌다. 다만 연소득이 5500만원을 초과하는 사람은 세액공제율이 13.2% 그대로다.

 한정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연구위원은 “연금저축펀드는 매월 넣다가도 돈이 없어서 이체가 안 되면 그때 입금만 안하는 문제로 귀결되지만 연금저축보험은 정기적으로 정액을 불입하지 않으면 중도 해약된다”며 “가입액이나 주기 등이 일정치 않은 경우엔 펀드형으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창규 teente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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