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일·중공의 쌍무적 협력을 의미|「와인버거」미 국방의 동경발언과 미의 극동안보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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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의 시각>중공을 대소 포위망에 포함|중공-북괴 관계정립이 문제
「와인버거」미 국방장관이 11일 동경외신기자클럽에서 밝힌 한·미·일·중공 4개국의 군사제휴 발언은 극동에서의 미국의 대소전략의 기본구조를 드러낸 것으로 중공을 대소군사 포위망에 포함시키고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와인버거 국방장관이 밝힌 구상은 아직 가능성의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고 그같은 구상이 현실로 나타나려면 많은 어려운 조건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중공과 북한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점이다.
이번 호요방의 북한방문으로 양자의 관계는 다소 호전됐을지 모르나 미·일·중공의 협력체제 속에서 한국과 중공의 관계가 보다 발전하는 경우 북한의 중공이탈, 대소접근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중공으로서는 북한마저 소련의 완전한 영향권에 들어가 버리는 경우 베트남·북한·인도를 포함하는 소련의 포위망에 갇히게 된다는 위험이 따른다.
베트남을 무력으로 공격하고 호요방을 북한에 보내 반발을 무마하는 등 최근 중공이 취하고있는 일련의 인방정책은 이같은 배경을 깔고 있다. 다른 하나는 소련의 대응이다.
미국과 중공의 군사협력체제가 본격화할 경우 소련이 이를 묵과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베트남의 캄란기지에 주둔하는 소련 해병대가 상륙전 훈련을 하고 있는 등은 범상히 보아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일본의 국내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장애요인이다. 미일 공동성명에 동맹관계란 말이 들어간 것으로 해서 외상이 날아가는 일본적 안보풍토에서 소련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한·미·일·중공 4개국 군사협력체제 구상은 위험한 폭탄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동경=신성순 특파원】

<미국의 시각>국가별 방위분담이 기본축|4국의 집단체제는 어려워
미국의 안보관계 고위관리들의 그동안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레이건 행정부의 대아시아 안보구상의 형식은 집단군사협력 체제가 아니고 국가별 방위분담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군사협력이 한미 안보조약, 미일 안보조약을 축으로 쌍무관계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한·미·일간에 3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들 관리들은 강조한다.
중공까지 포함한 4각 관계는 아직 언급조차 한 적이 없다. 최근 중공이 미소에 대해 등거리 외교를 지향할 기미를 더욱 두드러지게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중공간의 쌍무적 군사협력론까지도 후퇴한 느낌이다.
미국이 일본에 대해 요구해온 방위분담은 구체적으로 ①동경을 기점으로 괌도방향과 오끼나와 방향으로 1천마일을 잇는 부채골 모양의 해상교통로(SLOC)를 자체 방어할만한 해군력을 키우고 ②전쟁이 발발할 경우 소련의 태평양함대의 태평양진출관문인 3대 해협을 미군과 공동으로 봉쇄하는 능력을 갖추자는 것이다.
「와인버거」장관은 지난해 12월 연설에서 일본이 그런 「자체방어」를 넘어서 지역방어까지 맡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한국자체의 안보와 일본의 방어를 분담시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한반도의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동해안에 토머호크 크루즈미사일을 설치해서 유사시 블라디보스토크를 포위하고 있는 동해안 봉쇄에 일조를 하게 하는 시안이 미 국방성에서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중공에 대해서는 소련의 압력에 굴하거나 소련과 다시 손을 잡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고 독자적인 세력으로 남아 주는 것이 미국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와인버거」장관은 말했다.
이상에서 살펴본 미국의 기존 동아시아 전략구상으로 볼 때 「와인버거」장관의 동경발언은 한·일·중공과 미국의 평행되는 개별적·쌍무적 군사협력을 지적한 것이지 4국을 횡으로 묵는 집단군사협력체제의 구상을 밝힌 것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 【워싱턴=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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