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사단 가졌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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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처칠」회고록에 나오는 얘기다. 1935년 불·소 동맹조약을 맺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한 프랑스 외상 「라발」 에게 「스탈린」은 이런 질문을 했다.
『로마 교황은 몇 개 사단이나 갖고 있소?』
바티칸을 연합군 진영에 끌어들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스탈린」의 반응이었다.
똑같은 질문을 「스탈린」은 1945년 얄타회담에서도 한 일이 있었다.
후일 이런 얘기를 전해들은 「비오」 12세 교황은 조용히 그 질문에 답했다.
『「스탈린」은 저 세상에서 나의 군단과 만나게될 것입니다.』
「나폴레옹」 은 「스탈린」보다는 현실주의자였던 것 같다. 그는, 바티칸 주재 영사로「프랑스와 카고르」를 임명하며 이런 훈령을 내렸다.
『바티칸에 부임하면 평화시 편성으로 20만 명, 전시 편성으로 50만 명의 군대를 거느린 국가로 예우하시오』
하나는 50년 전, 또 하나는 1백80어 년 전의 일이다. 오늘의 바티칸은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까.
미국 뉴욕 타임즈 지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제임즈·레스턴」 은 지난해 6월 그의 칼럼에서 이런 말을 했다.『로마 교황 「요한·바오로」2세는 서방에 배치된 모든 미사일보다도 공산주의 사상에 더 큰 위험을 줄 수 있다.』
영토라고는 서울 창경원의 2배 남짓 (13만평), 인구는 천명 미만, 생산품은 공예품과 우표발행 정도. 물론 한 방울의 석유도, 1m의 옷감도 나지 않는 나라.
그 나라 원수는 그 나라 출신도 아닌 폴란드 태생의 이방인 (?). 군대 역시 스위스인 70여명. 이들이 들고 있는 무기는 창 (창) 이 전부.
나라 이름도 위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홀리 시」(Holy See).
(「시」는 영어의 「시트」 와 같은 「좌」라는 뜻. 우리 나라 가롤릭에선 「성청」이라고 번역하고 있다)
이 「홀리 시」 의 원수를 우리가「교황」이라고 부르는 것은「마테오·리치」신부가 쓴
『천주보의』 에서 유래한다. 「마테오·리치」는 명나라에서 선교활동을 한 이탈리아 예수회파 신부였다. 라틴어의「파파」(아버지, 우두머리)를 그렇게 번역한 것이다. 오늘은 교황보다는「교종」 이라는 말이 옳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교황의 정식 명칭은『바티칸연감』에 따르면 8가지나 된다. ①로마주교 ②「예수·그리스도」의 대리자 ③사도우두머리(성 베드로)의 후계자 ④전가톨릭 교회의 수장 ⑤유럽 총대주교 ⑥이탈리아 수좌 대주교 ⑦로마관구 대주교 겸 수도대주교 ⑧바티칸시국 주권자.
그러나 정작 교황의 힘은 위세보다는 바로 그가 추구하는 「평화의 사도」 역에 있다. 오
늘 우리는 그를 서울에서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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