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증시 펀드 투자 활성화 … 풀어야 할 숙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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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증시는 주식형 펀드에만 20조원 넘는 돈이 몰리는 등 펀드 투자가 활성화됐다. 증시가 과거 '냄비 체질'을 벗고 장기간접투자 시대를 열 것이란 기대도 커졌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의 초단기 투자가 더 심해지고 영세 펀드가 난립하는 등 아직 우리 증시엔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했다.

◆‘평균 4일’
개인 주식 보유기간 짧아져 …
투자 단기화로 미수금 12조

올 3분기 개인투자자들은 평균 4일 만에 주식을 팔아치우는 초단기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보다 2~3배 이상 자주 주식을 사고 판 것이다.

증권연구원의 '개인의 주식 투자자금과 투자 주체별 매매비중' 자료에 따르면 개인의 매매회전율은 올 3분기 하루 평균 25.4%를 기록했다. 매매회전율이 100%면 하루에 한 번꼴로 주식을 사고 판다는 뜻이므로 개인은 3분기에 평균 4일 만에 주식을 사고 팔았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7일)보다는 하루 반나절, 올 2분기(6.17일)보다는 이틀 넘게 주식 보유 기간이 짧아진 것이다. 개인의 주식 보유기간은 증시가 약세였던 2004년에는 상대적으로 길었지만 올 들어 코스피 지수가 오르면서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연구원 박태준 연구원은 "주가 상승기엔 개인투자가 단기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개인 투자 단기화로 미수금 거래규모가 12조원을 넘어서는 등 증시에 잠재적 매물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관이나 외국인도 지난해 말 이후 점차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해지고는 있으나 개인에 비해서는 훨씬 긴 편이다. 3분기 현재 기관의 매매회전율은 6.4%며 외국인은 8.6% 수준이다.

이승녕 기자

◆‘최소 8원’
펀드 설정액 초미니 넘쳐나…
100억 넘는 곳 전체 38%뿐

펀드로 돈이 몰리고 있지만 국내 펀드는 아직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자산운용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설정액이 1억원 이하인 펀드가 639개 달했다. 전체 펀드 10개 중 하나(9%)는 프로급 개인 투자자의 주식 투자액에도 못 미치는 초미니 펀드인 것이다.

한국투신운용의 '탐스늘푸른안정혼합K-5'는 설정액이 8원에 불과했고, 설정액이 1만원 이하인 펀드도 27개나 됐다. 이런 펀드는 사실상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자산만 유지하는 게 고작이다. 이른바 '깡통 계좌'나 다름없다. 초미니 펀드가 많은 회사는 한국투신.교보투신.CJ자산.우리자산.대신투신.산은자산운용 등이었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펀드를 없애려면 고객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연락조차 되지 않은 고객들이 많아 소액 펀드도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설정액을 기준으로 100억원을 넘은 펀드는 전체의 38%(2736개)에 불과했다. 한번에 수백억원대의 거래를 하는 채권형 펀드는 100억원이 안 되면 사실상 운용이 어렵고, 주식형 펀드는 적정한 자산 배분을 하려면 설정액이 최소 100억원은 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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