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어리와 공간의 관계」새 시각서 조명|큰 스케일로 재료자체의 질감 잘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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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조각이란 원래가 덩어리 (양괴) 로 이루어진 예술형태이며 또 그 덩어리와 공간과의 만남,또는 부딪침의 예술이다. 때로 덩어리는 무한대의 공간으로 확산되어가며 또 때로는 공간을 자기속으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와같은 덩어리와 공간과의 만남의 방식에 따라, 조각은 다양한 변천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l975년의 첫 개인전에 이은 이번 두번째 조각 개인전(현대화랑·한국미술관 두곳서 5월10일까지) 에서 이 종각은 우리나라 조각계에서는 보기드문 야심적인 시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현대조각은 너무나 다듬어지고 따라서 공예화되어가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같은 경향은 비단 조각작품의 형태나 기법상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조각개념 자체의 문제와 관련되며 그것은 곧 스케일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스케일의 문제는 반드시 작품의 크고 작음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설사 작품이 작다 하더라도 큰 조각적 스케일을 지닐수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앞서 말한 덩어리와 공간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의 구상에 있는것이다.
이 종각은 이번 개인전을 통해 조각적 구상에 있어서나, 이에 상응하는 대작으로써「스케일이 큰」 조각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그의 「확산공간」은 덩어리와 공간과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포착하려는 시도를 말해주고 있으며 동시에 그 실현을 위해 그는 작품 전시의「장」으로서 야외공간을 택했다. (한국미술관정원)
아닌게 아니라, 그 정원에 드문드문 배치된 거창한 9점의 작품들은 압도적인 존재감과 육중한 양괴감으로「조형」이라고 하는 관념을 무색케하는 거창한 입체적 오브제군이다. 그리고 이들 작품에 있어 (현대화랑에 전시되는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이기는하나)덩어리는 볼륨으로서가 아니라, 재료 그자체(브론즈·돌·나무)의 질감을 살리고 있다.
브론즈 작품에 있어서의 대범하고 거친 표면의 처리, 목조에 있어서의 나무의 원상태에 대한 존중등이 그 예일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는 하나 이종각의 이번 개인전에 즈음하여 나는 자청해서 팸플릿에 서문을 썼다. 그러기에 나로서는 그의 앞으로의 조각 세계의 전개에 대해 남다른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지켜 보려는 마음이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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