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 ″선거과열〃 우려 뒷짐만|『냉각상태』빠진 여야 선거법 협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선거를 앞두고 최대의 정치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던 선거법협상이 웬일인지「기묘한 냉각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당초 속전속결로 협상을 매듭짓겠다던 민 정당이 선거법 개정 부 여론으로 돌아섰지만 야당 역시 별로 열을 내고 있지 않는게 이채롭다. 협상을 앞둔 각 당의 속셈을 짚어본다.
○…국회의원선거법 협상에 관한 민정당의 태도는 날이 갈수록 소극적. 한 때 속전속결을 부르짖고 각시·도 별로 의원들의 개정의견을 듣는 등 법석을 떨었으나 지금은 언제 그랬더냐 싶을 정도로 뒷짐을 지고 있다.
정래혁 대표위원·권익현 사무총장 등은『현행 선거법에 고칠 부분이 거의 없으므로 야당이 문제를 제기해오면 검토하겠다』며 느긋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각시·도 위원장들로 부 터 개정의견을 넘겨받은 윤석순 사무차장은 아예 검토도 하지 않은 채 캐비닛 속에 넣어 두고 있다.
민 정당이 선거법 협상에 냉담한 첫째 이유는 현행선거법에 고쳐야할 대목이의 없다는 결론을 이미 내렸기 때문.
각 시·도별로 의견을 내라고 했더니 3개 시·도에서는『전혀 의견이 없다』고 했고 나머지 시·도에서도『현행 그대로가 좋고 공명선거란 측면에서 야당으로부터 오해를 받을 부분이 있으면 고쳐도 좋다』는 정도였다는 것.
따라서 여당이 먼저 특정조항을 고치자고 하면 속셈을 오해받을 우려가 있으니 아예 안 고친다고 나가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선거법협상이 자칫 선거분위기를 과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민 정당은 오는 6월말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국회의원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으나 야당의 태도 여하에 따라서는 9월 정기국회까지 끌고가도 답답할 것이 없다는 계산인 것 같다.
때문에 민 정당은 선거법협상을 야당이 요구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것도 문제를 제기하면 검토해서 회답하는 형식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선거법협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구 증설문제에 대해 민 정당은「불요」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회의원 수를 더 이상 늘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판단이다 .야당이 선거구 증설을 완강히 요구할 경우에도 1∼2구 정도를 들어주되 대신 다른 문제에서 야당의 양보를 받고 들어준다는 속셈인 것 같다.
또 정부·여당 일각에선 민한당의 증설요구가 그리 강경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하는 것 같다.『의원수가 많아지면 야당지도부로서는 의원관리를 하기가 더 어렵지 않겠느냐』고 한 관계자는 설명.
국민당이 제안한 1구 2∼3인제 에 대해서도 민 정당은 아예 묵살한다는 방침.
1구 다 인 제를 하면 복수공천을 해야하고 그것이 지역구 관리를 어렵게 하고 당내불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제1당이 전국구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전국구 배분율에 대해서는 민정당은 아예 협상대상에도 올리지 않을 작정이다.
민정당이 검토가능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은 △ 투·개표참관인증원 △합동연설회회수의 소폭 확대 등이며, 이밖에 △후보자공탁금 인상 △행정구역변경에 따른 선거구 조정등 지시 사항을 추진한다는 생각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정당지원연설·후보자 개인 연설 등에 대해서는『여당이 불리한 줄 뻔히 알면서도 들어 줄 수야 없지 않느냐
○…선거법협상을 앞두고 민 한 당은 확실히 주춤거리고 있다. 우선 민 정당이 이번 선거법 협상에서 곡 관철하려는「숨기고있는 카드」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
재야 쪽에서는 최근 민한당입당자들에게 『북송선을 탔다』고 비아냥거리는데 이는 입당시켰다가 고사시키는 제2의 규제가 선거법을 통해 나타날 것이라는 암시를 깔고 있다.
해금 입당자들도 한 때 탈당자의 타정당 또는 무소속입후보 금지라는「제2의 규제가 나올 경우 출마도 한번 못해 보는게 아니냐고 걱정했었다.
그래서 민한당 당직자들 중에는『이번 선거법 협상에 나섰다가는 자칫 바가지만 뒤집어 쓸지도 모른다』고 꽁무니를 빼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민한당이 정국정돈이란 차원에서 민정당이 들이밀 보따리를 겁내면서도 그래도 기대를 거는 쪽은 선거구 증설.
투·개표 참관인등 선거관리쪽의 개정은 민정당도 들어줄 것으로 보고 전국구 배분율과 선거구 증설 쪽으로 협상 대상을 좁힌다는 전략이다.
겉으로는『선거구 증설 문제 같은 것은 야당에서 먼저 떠들고 나서서 될 일도 아니고 전략적으로도 유리하지 않다』
(김현규 정책의장)고 하지만 실제로는 선거구가 하나라도 늘면 야당은 그만큼 설 땅 이넓어 지는 것 아니냐』(유한열 사무총장) 고 선거구 증설쪽으로 목청을 돋우고 있다.
민한당은 △서울동대문을 분구, 태릉구를 신설하고 △서대문구 은평구를 분리하며 △강남·강동구 중 일부를 떼어내 올림픽구를 신설하자는 생각이다. 또 부산의 동래구를 분구, 금정구를 신설하고 대구에서는 중-서구와 동-북구를 합친뒤 이를 3분할하며, 경기도의 안양-광명-시흥-휘진구의 분할, 경남 충무-통영-거제-고성구와 진주-삼천포-진양-사천선거구를 각각 조정, 1개 지역구를 더 떼내자는 주장이다.
민정당 이 선거구 증설에 기대를 걸고있는 것은 당내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해금 인사 영입과 전국구 의원의 지역구 방출에 따른 자리부족 현상을 덜어보자는 생각이다.
국민당의 경우『현행 국회의원선거법은 민정·민한당만을 위한 것』(김종하 원내총무)『다당제를 지향하는 제5공화국 정부아래서는 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할 것』(조병규 선거법개선 특위 위원장)이라는 주장아래 1구 2인제가 아닌 1구 다인제 선거법을 성안, 국회에 제출까지 했으나 민정·민한당의 냉소에 부닥쳐 풀이 꺾여 있는 상태다<전육·유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