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뤄시허, 최후 관문만 남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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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 하이라이트>
○ . 뤄시허 9단(중국) ● . 이세돌 9단(한국)

이세돌 9단은 한마디로 수를 잘 본다. 기본적으로 무공이 높은 것이다. 이런 기사들은 공격보다 타개에서 더 능한 모습을 보인다. 왜 그럴까. 무술 고수를 상상하면 된다. 제아무리 무술의 고수라 해도 대규모 부대를 공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른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대 진영을 혼자 휘젓고 다니는 것은 쉽다.

그러나 이런 자신감 때문에 이세돌 9단은 종종 중과부적(衆寡不敵)의 상태에서 전투를 벌이다가 겁 없는 신예들에게 당하곤 한다.

장면1=이세돌 9단은 흑?로 상변 깊숙이 파고들었는데 주위가 온통 지뢰밭이어서 흑의 무리가 분명하다고 한다. 그러나 백도 놓치면 지니까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156부터 공격 개시. 158이 흑에겐 첫 번째 지뢰밭이다. 귀를 곱게 받았다가는 백A 정도로 상변이 끊기고 만다. 귀는 어차피 패라고 본 이세돌은 161,163으로 격렬히 저항한다. 웬만한 고수는 이 대목에서 벌써 머리가 아득해지게 된다. '이세돌'이란 이름에 눌려 스스로 타협책을 모색하게 된다.

장면2=뤄시허(羅洗河) 9단은 그런데 이런 복잡한 싸움엔 흥취마저 느끼는 사람이다. 승부엔 약한 구석이 있지만 수를 보는 데는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사람이다. 그는 164로 귀를 잡으러 간다. 이쪽만 잡으면 이긴다는 확신이 서려 있다. 167과 169는 대마에 대한 선수. 그런데 B로 하변 대마를 공격하면 어찌 될까. 바로 '참고도'흑1, 3의 공격인데 얼핏 백이 위험해 보인다. 그러나 놀랍게도 백4로 끊는 수가 있다. 이것으로 흑이 거꾸로 잡힌다. (11 이음) 166에서 귀가 패가 났고, 승부는 드디어 종착역까지 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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