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진학 '두 토끼' 동시에 … 실업계고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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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좀 더 일찍, 깊게 배워 전문인이 되기 위해 실업고를 택했죠. "

올해 덕수정산고에 지원한 이보람(15.신양중3)양의 성적은 반에서 2, 3등 수준이다. 이양은 "실업계 고교에 가고 싶지만 부모님이 '공부 못하는 데'라고 반대해 못온 친구도 많다"고 말했다.

선린인터넷고에 합격한 최종현(15.수락중 3)군도 반에서 1, 2등 하는 상위권 학생이다. 최군의 경우 부모가 먼저 이 학교를 권했다. 어머니 배명숙(44.서울 상계1동)씨는 "아이가 초등학교 때부터 컴퓨터 관련 공부를 많이 했기 때문에 선린인터넷고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갈 길을 일찍 정할 수 있어 잘한 선택 같다"고 말했다.

실업계 고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7일 실업계고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2만3586명을 뽑는 데 2만7021명이 지원, 평균경쟁률 1.15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서울 지역 79개 실업계고 전체가 1997년 이후 7년 만에 처음 모집정원을 넘어서면서 1.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데 이어 2년 연속 지원자가 증가한 것이다. 2001년의 경우 실업계고 전체 경쟁률은 1.03대 1이었지만, 6개 학교의 지원자가 정원에 미달했다.

특히 중상위권 학생의 소신 지원이 늘면서 학교별로 지원자 성적이 지난해보다 5~10%씩 껑충 뛰었다. 교육 관계자들은 실업계고 특별전형과 수능 직업탐구영역 도입 등 실업계고 출신의 대학 진학 혜택이 늘어난 영향이크다고 분석했다. 합격선이 지난해 상위 80%(내신 기준)에서 올해 70%로 올라간 서울공고의 정헌우 교감은 "실업계고가 대입에서 불리하지 않은 데다 내신에서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중상위권 학생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취업과 진학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올해 서울 실업계고 졸업생 중 취업 희망 학생의 97%가 취업에 성공했다. 상위 9%의 성적이면서 해성여상고에 지원한 임현아(15.신양중3)양은 "인문계에 가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어렵다고 들었다"며 "실업계고에 가면 취업과 진학 둘 다 문이 넓어진다고 생각해 부모님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특히 특성화고에 우수학생이 많이 몰렸다. 유학반 운영 등 특색 있는 교육으로 각광받는 선린인터넷고는 합격선이 지난해(상위 40%)보다 훨씬 높아진 29%를 기록하면서 '명문 특성화고'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2007학년도에 컨벤션 특성화고로 지정 예정인 해성여상고의 경우 새로 개설한 '컨벤션 영어과'에 우수 학생이 몰리면서 전체 지원자 평균성적이 상위 29.8%를 기록했다.

서울시교육청 이상원 장학관은 "서울관광고나 이화병설미디어고 등도 특성화고로 지정되기 전엔 60~80% 성적의 학생이 왔지만 이제는 40%대의 중상위권 학생이 몰린다"며 "조기에 전문화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성화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직업인 양성이라는 실업계고의 본래 기능이 퇴색하고 대학 진학을 쉽게 하는 창구로 이용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덕수정산고 황보관 교감은 "실업계고 학생은 조기에 전문교육을 받고, 대부분 그 전공을 살려 동일계로 진학하기 때문에 고교와 대학 과정이 연계된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 바로잡습니다

12월 9일자 15면 '실업계고 부활!'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대 병설미디어고 등도 40%대 중상위권 학생들이 몰린다"고 돼 있으나 학교 측이 올해 입시 합격선은 영상미디어과 32%, 미디어디자인과 29%, 인터넷미디어과 39%로 40%대 학생은 한 명도 합격하지 못했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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