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MS 불공정' 역풍 안 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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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공정위 발표를 들으면서 걱정부터 앞섰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우선 공정위가 IT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IT산업은 기술과 제품의 혁신 속도가 매우 빠르며, 기능 통합과 신기능의 추가 방식으로 혁신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반독점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포스너 교수 등 수많은 경제학자는 "기술 통합에 대해 경쟁법이 개입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요즘 경제학계의 주류 입장이란 점을 공정위가 좀 더 고려했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둘째 IT산업의 역사는 '기능 확대 및 추가의 역사'이기 때문에 공정위는 심결 발표 때 어떤 기능을 통합하면 위법이고, 합법인지 그 기준을 같이 제시했어야 했다. 메신저 등의 통합이 위법이라면 워드프로세서 등 다른 수많은 기능의 통합은 합법인가, 위법인가. "검토한 바 없다"고 공정위가 얼버무릴 사안이 아니다.

셋째 삼성.LG.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화돼 있다는 점을 고려했어야 했다. 이들은 이미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경쟁법에 완전히 노출돼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제재를 받았고, 조사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심결 때문에 경쟁법상 보복을 받을 가능성도 커진 듯하다. 몇 안 되는 메신저 업체를 살리려다 훨씬 더 큰 손실을 입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한 것은 아닐까. 기자의 기우였으면 좋겠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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