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물류허브 한국이 최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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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권의 항공.해운 물류업체인 독일의 쉥커가 지난달 29일 인천자유무역지역에 물류센터를 짓기 시작했다. 100억원을 들여 대지 3000여평에 연면적 1500평 규모로 건설중인 이 센터는 내년 3분기 중 완공할 예정이다. 이 물류 센터는 한국은 물론 일본.중국.대만의 화물을 다루는 쉥커의 '동북아 물류 허브'다. 예컨대 유럽이나 미국에서 중국으로 가는 화물이 있다면 일단 인천에 온 뒤 중국행 비행기에 옮겨 싣게 된다.

마틴 봉가드(사진) 쉥커코리아 사장은 7일 한국에 회사의 물류허브를 짓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 가운데 있다는 지리적 위치 뿐 아니라 제도적 뒷받침도 한국이 훨씬 낫다"며 "무엇보다 중국은 성(省) 별로 통관 절차 등이 다른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베이징(北京)을 거쳐 상하이(上海)로 가려면 베이징에서 세관 검사를 받은 뒤 상하이에서 또다른 행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인천을 경유해 상하이로 갈 때는 인천에서 세관 검사가 면제된다. 오히려 한국을 거쳐 가는게 더 간편하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베이징의 물류 센터는 중국 내 베이징 부근 지역만 맡도록 하고, 동북아 물류 센터로는 인천을 택했다고 봉가드 사장은 덧붙였다. 다음은 봉가드 사장과의 일문일답.

-페덱스는 한국 대신 중국 광저우(廣州)를 허브로 택했는데.

"페덱스가 운반하는 것은 대부분 서류다. 중국에서도 서류 통관은 간단하다. 반면 쉥커는 생산 설비, 콘테이너 등 대형 화물을 많이 나른다. 이 분야에서는 중국의 세관 관련 행정이 복잡하다."

-DHL은 싱가포르에 아시아 허브가 있다.

"싱가포르는 오가는 항공편이 대단히 많다. 화물 운송 능력이 크다는 얘기다. 당연히 물류회사에게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중국.일본에 인접한 한국은 지리적 장점이 있다. 한국이 인천공항 항공편을 많이 늘리면 더 많은 물류 기업들이 동북아 허브를 만들것이다."

-인천 물류센터가 가동되면 한국인력을 더 많이 활용할 것인가.

"현재 한국 직원이 115명인데 2년 이내에 최대 200명까지 늘릴 것이다. 인천 물류센터도 상황을 봐 가며 확장할 것이다."

-중국이 통관 제도를 개선해도 한국이 허브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나.

"한국의 행정체제도 정비해야 한다. 한국내 물류 센터에 투자하는데 재정경제부.건설교통부.소방방재청.인천시청 등 접촉해야 할 기관들이 많아 번거로웠다. 인천공항공사가 발벗고 나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지금 착공에 들어갈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투자하겠다는 물류 기업들에게 더 나은 원 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을 것이다.통관 관련 규제도 아직 많다. 예를 들어 고장난 생산 설비를 외국 본사에 보내 수리할 때 통관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 쉥커=콘테이너 등 대형 화물을 주로 나르는 업체다. 2002 한.일 월드컵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물류 공식 후원사로 지정돼 각국 선수단의 짐과 방송 장비 등을 운송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후원사 자격도 따냈다. 한국지사인 쉥커코리아는 1997년 설립됐다. 지난해 매출액은 10조원 규모다.

글=권혁주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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