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제재이후MS는] 윈도XP 한글판 '수술'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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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규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7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컴퓨터 프로그램 ‘끼워팔기’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7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에서 미디어플레이어와 메신저를 분리하라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MS는 물론 국내 PC 제조업체들도 향후 제품 출시 전략을 다시 짤 수밖에 없게 됐다.

MS가 법원에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대한 취소 소송을 낸다지만, 일단 미디어플레이어 없는 윈도XP 한글판을 만들어야 할 처지다. 윈도에 끼워 서비스되던 메신저 등 응용 소프트웨어의 힘도 약화될 전망이다. 특히 MS가 유럽에 이어 한국에서도 불공정 거래 행위로 제재를 받게 돼 차세대 64비트용 운영체제인 '윈도 비스타'의 출시 계획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MS 한국지사 측은 "이번 공정위 결정이 강행되면 내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었던 윈도 비스타의 출시 일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 MS가 '윈도 미디어센터 에디션'등 미래 주력시장으로 꿈꾸던 IT통합(컨버전스) 사업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MS는 앞으로 PC뿐 아니라 통신.가전 등 전자산업 전체를 관통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에 역점을 두어왔다. PC업체들은 이번 판결에 따른 장기적인 손익을 계산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미디어플레이어와 메신저는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윈도에 의무적으로 탑재하게 될 경우 마이크로소프트뿐 아니라 다른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사용료를 별도로 요구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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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다른 회사의 미디어플레이어와 메신저까지 포함한 윈도를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PC 판매 전선에 먹구름이 끼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비스타'는 메신저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큰 비중을 두고 있어 이를 제거하거나 다른 메신저로 대신하는 것이 쉽지 않아 비스타 한글판 출시가 늦어질 경우 특수를 노리던 PC 제조업체들은 물론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IT업계도 궤도를 수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들은 한결 선택 폭이 넓어지게 됐다. 미디어플레이어 대신 '곰플레이어''아드레날린' 같은 국산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이나 '윈앰프''알송' 등 음악 재생 프로그램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게 됐다. 다만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들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설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국내 프로그램 개발업체에도 이번 공정위의 결정이 호재인 것만은 사실이다. 미디어플레이어를 끼워팔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체 시장의 절반을 국산 프로그램이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곰플레이어 제작사 그래택 관계자는 "이번 MS 제재가 국산 프로그램이 더욱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신저 분야는 좀 복잡하다. 국산 메신저가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대화 상대 목록이 있는 기존 메신저를 버리고 다른 메신저로 옮겨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공정위의 권고대로 메신저 간의 호환이 가능해지면 이미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쪽보다는 사용자가 적더라도 우수한 기능을 갖추고 시장 진입을 노리는 쪽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트온 메신저' 사용자가 10월 현재 1169만 명으로 MS메신저 사용자보다 300만 명 이상 많다. 그러나 메신저 간의 상호 표준 개방, 보안 문제 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MS 측에 일방적으로 휘둘릴 수 있다는 점은 메신저 업계가 걱정하는 대목이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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