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치작전」당장은 기대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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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교부가 31일 확정발표한 대학입시제도개선방안도 현행제도의 병폐시정에는 크게 미흡한 느낌이다. 객관식일변도 고사에따른 고등정신기능교육의 외면과 「선시험·후지원」으로 가중되고있는 「눈치작전」 「도박지원」등 극심한 지원상의 혼란해소대책이 적어도 85학년도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대학으로부터 학생선발기능을 완전히 빼앗아 대학의 특성있는 발전이나 적극적인 참여를 봉쇄하고 학력고사점수로 대학을 서열화할뿐만 아니라 지원상의 혼란을 부채질해온 요인도 내년 입시에서는 그대로 남게됐다.
이는 현행제도로 4년째 대학입시를 치르면서 지적돼온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었다.
학력고사는 대상의 방대함때문에 주관식으로만 측정할 수 있는 창의력이나 표현력·논리구성력등 고등정신기능은 추정할 수 없고, 내신의 경우도 객관성시비를 두려워한 나머지 고교시험이 객관식으로만 치러지고 있다.
이에따라 중학교나 국민학교에서조차 4지선다형의 능력평가가 보편화되고, 고등정신기능에 대한 교육은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교육현장의 병폐시정은 시급하고,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이에따라 문교부도 대학별 논문시험을 총점의 10%범위에서 허용, 객관식병폐와 완전한 선시험·후지원에 따른 지원혼란을 해소하고 대학에 자율적 선발기능을 갖게해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대학별 논문시험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문교부가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를 86학년도 이후로 미룬 것은 지금까지 지적돼온 문제점의 심각성보다 새로운 제도도입에 따른 행정상의 말썽소지를 더 크게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학별 논문시험실시는 그 시기보다 오히려 채점의 공정성이 문제되고, 이는 앞으로 1년 가까이 남은기간중 대학이 충분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사실 86학년도부터 시행할 논문시험은 채점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이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학력고사를 60%반영할 경우 10%는 56·7점에 해당하고, 이 점수는 충분히 합격과 불합격의 결정적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에따른 의혹이나 시비의 소지를 없앨수있는 출제 및 채점기준이 대학나름으로 나와야 할 것 같다.
문교부가 이번 보완방안에서 85학년도에는 현행제도를 그대로 두면서 내신성적의 등급간격차를 23%이상 축소조정한 것은 내신성적의 비중을 그대로두면서 학교간 실력격차를 다소 완화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등급간 점수차를 줄이고 86학년도부터 학년별 내신의 비중을 차등조정한 것등은 내신의 근본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 같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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