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박사님 빨리 돌아오세요" 여성 100여 명 '난자 기증 의사 전달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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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려 밟고 돌아오소서
황우석 교수 팬카페에 난자 기증 의사를 밝힌 100여 명의 여성이 6일 서울대 수의학과에서 '난자 기증 의사 전달식'을 열었다. 이들은 황 교수가 연구에 복귀하기를 기원하며 진달래 조화로 출근길을 단장했다. 오종택 기자

"황 박사님, 사랑해요. 빨리 돌아오세요." "황우석 박사는 우리에게 희망을 갖고 살게 해줬습니다."

황우석 교수의 인터넷 팬카페인 '아이러브황우석'(http://cafe.daum.net/ilovehws)에 난자 기증 의사를 밝힌 여성이 1200명을 넘어선 6일 오전, 서울대 수의대 황 교수의 연구실은 무궁화꽃 한 송이씩을 품에 안은 여성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난자 기증 의사를 밝힌 여성 100여 명이 텅 빈 황 교수의 연구실을 지키던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와 이병천.강성근 수의대 교수 등을 찾아 '1000명 난자기증 의사 전달식'을 한 것이다.

[화보] "황교수님 꽃 길 따라 돌아오세요"

한결같이 왼쪽 가슴에 '황우석 박사님 힘내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희망의 노란 리본을 단 참가자들은 601호 황 교수 연구실의 책상 위에 소중히 가져온 물건들을 차례로 내려놓았다. 순식간에 황 교수의 연구실은 무궁화꽃 외에 장미꽃 다발, 음료수 상자, 황 교수 모습이 담긴 사진액자 같은 것들로 가득 찼다.

안 교수 등은 여성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거나 얼싸안았고, 이 과정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안 교수마저 눈물을 글썽이며 "제일 어려울 때 우리가 드릴 수 없는 희망을 이어주셔서 고맙다. 우리도 마음을 가다듬고 연구실로 돌아가 연구에 전념해 이에 보답하겠다"고 말하자 분위기는 순간 격해지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이어 수의대 현관에서 연구실까지 70여m에 진달래꽃을 깔아 꽃길을 만들었다. 황 교수가 이 길을 '사뿐히 즈려 밟고' 속히 돌아오라는 뜻을 담은 의식이었다. 이런 과정은 CNN과 로이터 등 외국 언론매체를 통해 생생하게 중계됐다.

행사의 극적 분위기만큼이나 이날 참가 여성들의 사연도 절절했다. 1000번째로 난자 기증 의사를 밝혔다는 황미연(39.충북 제천시)씨는 "언니가 백혈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황 교수님은 우리 가족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동생 때문에 난자를 기증하기로 했다는 송화진(43.서울 도림동)씨는 "동생을 바라보면서 우리 가족이 겪은 고통에 비하면 내가 난자를 추출하며 겪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황 박사를 끌어내리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빨리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교수에 대한 응원 열기는 이날 온라인에서도 뜨거웠다. 팬카페 '아이러브황우석'의 회원은 오후 11시 현재 5만 명을 넘었다. 이날 새로 가입한 사람만 4000명이 넘었다. 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팬카페를 방문했고 4000여 건의 응원글이 실렸다.

아이디가 '중전'인 회원은 "저 같은 사람도 가능하다면 실험용으로 제공하고 싶습니다. 나이 먹어 폐경될 때까지요. 그리고 20대 초반의 두 딸도 설득해 놓았습니다. 언제고 (난자)기증 희망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취재에 나선 MBC 기자가 "MBC가 무슨 낯으로 여길 왔느냐" "MBC는 인류의 적이다"라고 외치며 거세게 항의하는 몇몇 여성 회원에게 밀려 행사장 밖으로 쫓겨나기도 했다.

신준봉.권근영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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