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의 공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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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불교가 안고있는 문제의 하나에 사찰의 유흥장화와 오염화라는 게 있다.
그 문제는 과거 깊은 산 속에 은거해서 수도와 정진으로 상구보제하화중생 하기를 서원 하였던 한국불교의 본래면목이 격변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크게 변질되기에 이르고있다는 사실로서 자주 심각히 우려되기도 한다.
또 어느 면에서 그 문제는 오늘날 자주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조계종의 분규문제와도 직접, 간접으로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것을 하나의 종교집단 안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우리국가사회의 관심사로 부각시켜보지 않을 수 없다.
불교가 우리에게 전래되어 한국인의 생활 속에 관계를 가져온 것이 어언 1천6백년에 국민의 정신생활은 물론 사회 문화적 업적과 공헌을 남긴 것은 새삼 따질 것도 없다.
현실적인 문제로서 오늘날 불교사찰은 대부분 아름다운 산수에 묻혀 있기 때문에 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고 문화재가 되고 있다.
그것은 불교의 포교 적인 측면에서나 사찰의 운영적 측면에서 이득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때문에 많은 사찰들이 유흥장화 하거나 세속화함으로써 불교본래의 청정수도도량으로서의 면목을 잃게 되는 현실도 없지 않았다.
절의 경내에서 야영을 한다든 가, 술에 취해 고성방가 하는 일은 일상화됐으며 마구 버린 음식찌꺼기와 깨진 병이 사찰의 성성을 크게 해치고 있다.
그런 사찰오염 사태로 해서 수도하는 승려들이 사회적 병폐에 오염되기도 하고 그로 해서 승단의 분쟁도 자주 일으키게 된다는 소리도 있다.
그 같은 사태는 불교종단으로서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우리사회에도 역시 중대한 문제가 된다.
심하게 말해서 대부분의 사찰들이 그런 세속의 오염과 유흥장화의 추세 속에 방치되고 있으며 승려들의 수도자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런 문제를 의식하고 불교 종단 내 일부에서는 다만 한 두개만이라도 불교사찰의 본래적 기능을 참답게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그 하나가 승주 송광사이며 다른 하나가 문경 봉암사다.
송광사는 조계종의 승보사찰로, 16국사를 배출한 명찰로서 전남도의 도립공원지정에 반대하고 나섰으며 참선수도도량인 봉암사는 희양산 국립공원 계획에 반대해서 12만 명의 진정서명과 승려들의 단식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두절의 관광지 화 반대의 염원은 너무나 간절한 것이기 때문에 불교 집단의 자기구원 노력이라는 진지성이 엿보인다.
보다 일반화된 관점에서 보더라도 한 종교단체가 종교 존립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데 사회가 이를 외면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이들 사찰은 국·도립공원이나 관광지화로 사회에 공헌하기보다는 한국불교사찰의 본래모습, 진수를 그대로 간직해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사회에 더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수도장의 분위기를 유지·보존시켜 사찰이 정신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한다는 뜻에서만이 아니라 보다 고차적인「관광」정책의 차원에서도 오염되지 않은 고고한 사찰환경은 오히려 더 유용하리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측면에서 두 사찰의 수도도량유지는 철저히 이행되어야 하며 정부와 사회가 이를 이해하고 보장해야할 것이다.
따라서 봉암사의 경우처럼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 「공원지정」이 요구되는 현실과 사찰의 유흥장화를 피할 수 있는 한계 안에서 타개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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