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제도개혁위-소장 승려들 개혁주도권 싸고 갈등|조계종 총무원 집행부 총 사퇴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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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불교 조계종의 비상종단 체재가 5개월 사이에 총무원장이 2명이나 퇴진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강석주원장을 비롯한 총무원집행부 간부승려 전원은 20일 불교제도 개혁을 둘러싼 종단내의「갈등」과 관련, 이성철종정에게 사표를 제출하고 총 사퇴했다.
김서운전총무원장의 사임도 이같은 갈등이 그 배경이었다. 종단정상화까지의 잠정적인 총무원 업무대행은 7인제도개혁위원회나 비상종단운영회의 상임위가 대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강원장의 사퇴는 그동안 몇 갈래로 갈려 주도권 경쟁을 벌여온 불교제도개혁 추진에 새로운 국면을 몰아올 것으로 보여 주목을 모은다.
하루가 시급한 조계종의 총 단정화와 개혁은 이종정(7인제도개혁위)과 소장승려들(재도개혁촉진협의회)이 각기 경쟁적으로 추진, 「적자다툼」을 벌여왔다.
양측은 최근 자리를 함께 해「단일추진」을 모색키도 했지만 개혁단행 완료시한을 놓고 석가탄일(5월8일) 이전과 이후로 맞서는 등 내면 깊은 견해차이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지난해 8월의 신여사사권 수습에 앞장섰던 소장승려측은 비상종단운영회의·운영회의상임위원회·총무원등을 중심으로 체재내의 합법성을 강조하면서 개혁을 추진해왔다.
이에비해 비상종단 대표권자인 이종정의 대권으로 임명, 구성된 7인위는 훨씬 뒤늦게 출발했다.
따라서 소장승려 측에서는 『가제를 잡으려고 바위를 들어올리니 7인위가 달려와 가제만 쏙 빼어갔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밖에 비상종단체재 출범후 새롭게 임의 구성된 본사주지연합회도 제도개혁 추진에 직접·간접의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조계종 비상종단체제는 신흥사 사건을 계기로 불같이 달아오른 종단안팎의 여망인 불교정화와 개혁추진을 위해 출법한 일종의 과도체제다.
그러나 『과도체제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는 상식과는 달려 비계종은 조속한 정화와 개혁을 단행, 종단 정상화를 기하지 못한채 거듭 실기만 해왔다.
제도개혁 추진의 지연과 갈등은 소장승려들의 순수했던 발심을 의심하는 일부의 비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당초 원력인「구종의지」가「종권겨냥」으로 변색된게 아니냐는 잡음조차 없지 않았다.
이같은 비판은 배조웅 불교청년회장의 지난해 12윌 전국청년불교도연합회 달퇴성명서 등에서 표면화됐다.
종단정화에 발심을 같이했던 승가대생들도 최근 일부 학생의 비상종단체제 계속 참여에 비판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번 총무원 집행부의 퇴진을 촉발한 직접적 요인은 최근 명백한 태도를 밝힌 이종정의 석가탄일이전 종단정상화 의지와 승가대학생들의 움직임, 강원장 자신의 발심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강원장의 사임은 개혁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에서 이종정을 정점으로 한 7인위가 표면상으로 일단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정화와 개혁은 7인위가 기선을 잡아 추진할 수 있게됐다.
그러나 마무리 관문인 재도개혁안의 비상종단운영회의 통과에 그동안의 갈등이 연장되는 파란이 예상되기도 한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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