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기의 反 금병매] (60)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5면

"휴우."

서문경이 길게 한숨을 쉬며 금련의 몸에서 내려와 등을 방바닥에 대고 드러누웠다. 금련은 서문경 쪽으로 몸을 틀어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한 손을 뻗어 서문경의 물건을 만져보았다. 조금 전까지의 위력은 다 어디로 갔는지 그 물건은 푹 삶아 말아놓은 호박잎 뭉치같이 늘어져 있었다. 금련이 장난스럽게 손가락으로 그 물건을 툭 쳐넘기자 그것은 맥없이 저쪽으로 자빠져버렸다.

금련은 누가 쓴 시인지는 모르지만 남자의 물건에 대하여 재미있게 풍자한 시 한 구절을 떠올렸다.

'부드러울 때는 술 취한 사람처럼 이쪽 저쪽으로 자빠지네(軟如醉漢東西倒)'

지금 서문경의 물건이 꼭 그 시구절과 같은 형편에 처해 있었다. 쇠말뚝 같았던 그 물건이 이토록 부드럽고 나긋나긋하게 변해버리는 현상이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었다. 금련은 재미삼아 다시 한번 손가락으로 그 물건을 튕겨보았다. 아니나다를까 그것은 정말 술 취한 사람처럼 또 저쪽으로 고꾸라져버렸다.

금련이 그렇게 서문경의 물건을 가지고 장난을 하고 있는데도 서문경은 기절을 했는지 숨만 가쁘게 쉬면서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완전히 힘을 잃었다고 여겼던 그 물건이 금련이 손가락으로 몇 번 쳐넘기자 다시 조금씩 꿈틀꿈틀 힘을 내고 있지 않은가.

"어, 다시 살아난다. 호호."

금련은 신기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처럼 탄성을 질렀다. 그러면서 방금 떠올렸던 그 시구절 다음 구절이 생각났다.

'딱딱해졌을 때는 바람난 중처럼 위 아래로 미친듯이 끄덕거리네(硬似風僧上下狂)'

왜 '바람난 중'이라고 했을까. 중이 세상 쾌락을 다 끊고 수행을 하다가 한번 바람이 났다 하면 그동안 억제해온 바람까지 몰아서 피느라 거의 광기에 가까운 엽색행각을 벌이기 십상이기 때문에 그러는지도 몰랐다.

"또 살아나면 쳐들어갈 거요. 허허."

서문경이 너털웃음을 웃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 정도 가지고는 아직 어림도 없어요. 호호."

금련이 서문경의 물건을 손바닥 안에 꼭 한번 쥐어보고는 풀어주면서 자기도 상체를 일으켰다.

두 사람이 옷을 챙겨입고 있는데 왕노파가 배실배실 웃으며 뜨거운 차를 가지고 왔다.

"아이구, 두 사람을 보니 마치 선경에 다녀온 사람들 같구려. 부러워 죽겠어. 이 늙은이 염장 그만 지르고 이 차나 마셔요. 기력을 돋워주는 차니까. "

그렇게 서문경과 금련은 왕노파의 주선으로 거의 매일 이웃 몰래 정사를 벌였다. 그러나 그 소문이 새어나가지 않을 리 없었다. 보름쯤 지나자 사람들 사이에 두 사람에 관한 소문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그 무렵 현청 앞 술집들을 돌아다니며 과일을 파는 행상 아이가 하나 있었다. 열다섯 살 정도 된 아이로 사람들이 그냥 운가(哥)라고 불렀다. 원래 성은 교씨였는데 아버지가 군인이어서 운주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게 된 것이었다. 운가는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만 모시고 있었는데 그 아버지도 이제 늙어 기동이 불편한 중에 있었다.

운가는 과일 행상을 하며 아버지를 봉양하면서 간신히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그런데 서문경을 만나면 운가가 불쌍하다면서 과일을 많이 팔아주고 용돈도 주곤 하였다.

운가가 그날도 과일 행상을 나가 거리에서 서문경을 찾았으나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서문경이 어디에 있나 물으니 어떤 사람이 그가 있는 곳을 가르쳐주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