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RP 판매 경쟁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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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김모(55)씨는 최근 만기가 돌아온 은행 예금 5000만원을 증권사 환매조건부채권(RP·Repurchase agreement)으로 갈아탔다. 여고 동창생으로부터 증권사에 가면 3개월에 연 3.5%를 주는 RP를 팔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덕분이다. 김씨는 “요즘 예금 이자가 너무 실망스러워 어떻게 하나 고민하던 중 특판 RP를 알게 됐다”며 “예금자 보호는 안 된다지만 만기가 짧고 증권사가 망하지만 않으면 수익이 보장된다니 안심”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예금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지면서 목돈을 굴리기가 갈수록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물가 상승까지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예금하는 그 순간부터 사실상 손실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은행에 돈을 넣어 두는 것은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것인데, 이제는 이 안정성마저도 보장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은행은 떠나는 고객을 붙잡기 위해 고금리 상품을 내놓긴 했으나 지금은 이마저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금리가 자꾸 떨어져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어서다.

만기 3개월부터 1년까지 선택 가능
고착화되고 있는 저금리 기조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면 증권사 특판 상품에 눈을 돌려볼 만하다. 증권사들이 내놓고 있는 특판 RP는 3개월~1년 기간 중 원하는 만기를 선택할 수 있는 데다 은행 금리보다 높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RP 금리가 2.5% 수준인 상황에서 연 3%대의 확정금리를 고객에게 돌려주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역마진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증권사가 ‘RP 출혈판매’를 하는 것은 이를 통해 대대적인 고객 유치를 할 수 있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RP 특판으로 일단 역마진이 발생하지만 들어 온 신규 고객들의 자금으로 크레디트물이나 ABS 같은 고위험 상품 투자 등에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KDB대우증권도 RP 특판 영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증권사는 매월 500억원 규모의 ‘특별한 매칭RP’를 판매 중이다. 3개월 만기에 연 3.5% 금리를 제공한다. KDB대우증권의 추천 상품에 가입하거나 타사의 유가증권을 KDB대우증권으로 이동하는 고객이 가입 대상이다. 최대 5억원까지 추천 상품에 투자한 금액 또는 평가된 유치금액만큼 가입할 수 있다.
 또 매주 총 100억원 규모로 ‘특별한 RP’가 공급되고 있는데, 3개월 만기에 연 3.0% 금리가 특징이다. KDB대우증권과 처음 거래하는 고객이라면 다른 조건 없이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재형저축RP 분기별 한도 300만원
연 4%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KDB대우 재형저축RP’도 있다. 연 5000만원 이하 근로자나 3500만원 이하 개인사업자가 가입 대상이다. 연간 납입 한도는 1200만원, 분기별로 300만원이다. 올해 말까지만 가입할 수 있는 한시 상품이다.
 KDB대우증권은 업계 최고의 AA+ 신용 등급을 받은 증권사로 A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로 담보채권을 RP에 담아 안정성이 매우 높은 것이 장점이다. 또한 기존 까다로운 가입 조건의 특판 상품들과는 달리 신규 고객이거나 추천 상품 매수 혹은 자산을 옮겨온 고객이면 아무런 제약 없이 가입할 수 있다.
 KDB대우증권 상품개발실 김희주 이사는 “점점 더 내려가는 예금금리에 대비해 고객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혜택을 드리기위해 올해도 고금리 RP 상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KDB대우증권은 2013년부터 ‘그곳에 가면 특별한 혜택이 있다’는 슬로건 아래 연중 행사로 특판 상품을 판매해 오고 있다. RP특판 상품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2013년에만 1만7000명의 가입 고객과 1조40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으며 52주 연속 완판 행진이란 기록을 썼다. 지난해에도 1만3000명에게 1조2000억원어치를 판매한 가운데 52주 연속 매진 퍼레이드를 벌였다.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seo.my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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