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굳히기에 들어간 이세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5면

제37기 왕위전 본선리그 제9국
[제3보 (32~51)]
白.金主鎬 3단| 黑.李世乭 7단

흑은 좌하귀를 선수로 파냈다. 백은 후수를 잡았음에도 세력다운 세력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식으로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백은 엄청난 타격을 받은 것이다.

22연승의 신예기사 김주호3단. 그는 이세돌7단이란 강적과의 만남을 앞두고 내심 칼을 갈았을 것이다. 어젯밤엔 잠을 설치며 전략을 구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金3단은 신발을 신고 대문을 나서자마자 어이없이 강타를 얻어맞고 말았다. 아직 싸우려는 준비도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曺9단의 표현에 따르면 "괴멸적인 타격"을 입고만 것이다.

승부세계에선 가끔 이런 일이 벌어진다. 너무 긴장하면 행마는 터무니없이 무거워지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날아오는 칼날을 피할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한다.

32로 협공한 다음 34로 파고들어 겨우 한 귀를 차지했다. 그러자 이세돌7단은 35, 37로 알기쉽게 실리를 굳힌 다음 41로 하변에 돌입한다. 신기한 일이다. 좌하가 결정되자 좌변이 작아졌다.

그 순간 판 전체가 아주 좁아졌다. 둘 곳을 찾아내기 쉽고 큰 곳도 별로 없어졌다. 사실 고수들은 35와 같은 노골적인 수보다 '참고도1'처럼 지켜두는 수를 더 좋아한다.

이렇게 지켜두고 A를 보는 것이 좀더 함축적이다. 그러나 李7단은 뒷맛을 길게 노리기보다 빠르게 정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듯 보인다.

41에 대한 42의 응수는 최선이라고 한다. '참고도2'처럼 위에서 막는 것은 흑6까지가 예상되는데 이 경우 흑모양은 아무 피해가 없다. 그러나 실전은 48이 놓이면서 A의 공격이 남게 됐다.

이세돌7단의 착수 속도가 무척 빨라졌다. 불리한 金3단도 최면에 걸린 듯 속도가 빠르다. 어쩌면 이 바둑은 점심도 먹기 전에 끝나버릴지 모른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