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파문] "의혹논란은 과학계에 맡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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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는 "줄기세포 '가짜 의혹'을 끝내는 것은 재검증을 하는 게 가장 확실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무엇이냐"이며 "파국을 막기 위해 정부나 과학계 원로들의 중재 등 다양한 해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MBC나 황 교수 측 등 어느 한쪽이 이긴다 해도 그 파장이 심각하다는 게 그 이유다.

이상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은 "이미 황 교수팀의 성과가 각국 연구자들로부터 충분히 재연성을 인정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학저널 사이언스나 네이처, 외국 과학자들 누구도 그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며 "그런 상태에서 MBC가 검증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MBC가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검증은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자연적으로 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박호군 인천대 총장(전 과기부 장관)은 "어떤 형태로든 재검증을 하게 되면 MBC나 황 교수 측 중 어느 한쪽은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의 상처를 입는다"며 "정부나 과학계 원로 등이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를 스타로 만드는 데 발벗고 나섰듯이 이제 이런 중대한 논란을 끝내기 위해서도 모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까지 언론이 과학적 연구성과에 의혹을 재기하면서 검증까지 나선 사례가 없다"고 그는 말했다.

박 총장은 "보통 획기적인 연구성과가 나오면 다른 연구실에서 논문에 나온 방법대로 해서 그 기술을 배우고, 응용해 새로운 연구성과를 낸다. 그러나 많은 연구자가 논문에 나온 방법대로 해도 같은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최초 연구성과 발표자에게 재실험을 요구하거나 입증을 요구하는 압력을 가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 건 역시 문제가 있다면 이런 식으로 검증돼야지 언론이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과학적 사기 사건인 상온핵융합도 이렇게 해서 밝혀졌다. 상온핵융합은 1989년 3월 영국의 마틴 프라이시먼 교수와 미국의 스탠리 폰즈 교수가 상온핵융합 반응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으나 과학자들의 관련 연구 결과 거짓으로 판정됐다. 그러나 황 교수팀의 연구성과는 이미 각국에서 그 기술을 응용해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계의 한 사람은 "가짜 논란은 이미 도를 넘은 것으로 국제적으로 신뢰가 높은 기관에 맡겨 검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리아병원 박세필 박사는 "'세계 과학계는 자정능력이 뛰어나 '사기'뿐 아니라 베끼기 등도 곧 들통나기 때문에 '가짜 의혹'은 과학계에 맡겨야 한다"며 "소모적인 논쟁을 이제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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