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의 활로 타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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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8회 해운의 날은 국내 해운관계인 모두가 새로운 각오와 비장한 결단으로 지혜를 모아 해운사의 새 전기를 모색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의 해운업계는 사상최대의 위기와 진통의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 위기와 진통은 해운관계인들의 슬기와 역량으로 미루어 충분히 극복될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새로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알려진대로 현재 국내 해운업계는 엄청난 부실과 경기난에 직면함으로써 대폭적인 산업개편이 불가피한 싯점에 와 있다.
업계의 누적채무가 3조원에 이르고 연간 해운적자가 1천억원씩 쌓여가는 현실은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국면에 와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정부가 해운업계의 통폐합이라는 극단적 수술책을 강구한 배경도 이런데 있었다.
우리는 지난 70년대이후 민간업계의 통폐합 작업이 얼마나 어렵고 크나큰 무리를 수반하는지를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그리고 아직도 그같은 무리의 후유증이 여러군데 남아 있음을 보게된다.
그러나 해운업계의 현실을 직시할 때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산업개편의 불가피함을 인정하게 되고 정부가 그 산업개편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갈은 정비계획이 해운업계만의 이해가 아니라는 사실을 함께 주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정부의 통폐합작업이 필연적으로 부수되는 산업지원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지원이 세제나 금융등 어떤 형태로 나타나든 그것은 곧 궁극적으로 국민의 부담으로 귀착되기 때문에 우리는 정부의 해운업계 정비계획의 추이를 관심깊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해운산업 합리화 계획은 무엇보다도 통폐합 그 자체로써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치가 끝나는 것이 아님을 지적하고 싶다. 이런 엄청난 부실경영을 초래한 근본원인에 대해 보다 명백하고 납득할 만한 규명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국민의 부담으로 지원을 약속하려면 무엇보다도 경영부실의 내막이 밝혀지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규명도 있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 경기예측도 없이 낡아 빠진 중고선을 터무니없는 고가로 마구 사들였으며 정부는 그 과정에서 어떻게 경제성없고 무절제한 과잉도입을 장려하고 방치했는지를 따져야한다. 또 그동안 해운업계가 이끌어온 방만한 경영과 각종의 자금운용부실 및 해외금융 과정의 난맥상을 규명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먼저 마련하지 않는 한 해운업계의 부실경영은 통폐합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이같은 경영부실의 근본원인에 대한 과감한 수술없이는 국민부담의 어떤 지원도 정당화되지 않는다. 합리화계획이 이런 근본문제의 해결없이 물리적인 통폐합으로 끝난다면 그것은 관료의 실속주의에만 공헌할 뿐 문제의 핵심은 회피될 뿐이다.
따라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통폐합작업은 충분한 사전조사와 업계의 실태파악에 주력하고회사별, 노선별, 화물별 특수성을 먼저 파악하고 난 바탕위에서 개별업계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한 뒤 통폐합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또 그에 따른 지원대책에서도 과거의 경영부실과 난맥의 정도에 따라 차등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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